시티오씨엘 그랜드파크, 공사현장 펜스에 예술을 입히다

↑ 시티오씨엘 그랜드파크 펜스 예술 작품 그리기에 참여한 인하대 학생들 모습 [사진 = 시티오씨엘]

해안대로라고 불리는 아암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지루할 정도로 긴 공사현장 펜스가 보인다. 이곳은 2025년까지 1만3000가구가 조성되는 '시티오씨엘'의 랜드마크인 37만㎡ 규모의 '그랜드파크' 공사 현장이다. 현장의 펜스는 아암대로와 비류대로를 잇는 총 1.2Km 구간이다. 통행량은 많지만, 특색 없는 도로에 인접한 공사 현장이 최근 눈길을 끄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비류대로 405m 펜스에는 다양하게 디자인된 그림들이 펼쳐져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풀밭 사이 속 너구리, 개구리 등의 멸종위기 동물들이다. 다소 독특한 분위기로 그려진 공장에서 흘러나온 천, 돌맹이 등이 3D 오브제로 표현돼 있다. 관람차, 야생화 등도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시티오씨엘 시행사인 DCRE는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대학원생 12명이 지난 50일 동안 인천 지역사회의 역사와 변화, 자연과 생태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랜드 파크 펜스 위에 예술작품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이곳에 표현된 작품들은 도심 속 동식물 생태계가 회복된 미래 유원지의 모습과 해안선과 건축물을 통해 표현한 인천의 과거와 현재, 척박한 땅에도 깃들어 있는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인천의 야생화 총 3가지 콘셉트가 주제다.
작업에 참여한 대학원생 최희연 씨는 "3개의 작품으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해와 희망을 담으려고 했다"며 "이번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어 뜻 깊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암대로 구간 565m에는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땅에 공원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습이 표현됐다.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노력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미래의 모습이 담겼다.
삭막했던 도심 공사현장 펜스에 감각적인 예술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참여 학생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실전 디자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미추홀구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러한 도시정비 사업은 많이 해왔지만, 공사 현장을 인하대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를 시키는 이번 프로젝트는 신선한 작업이었다"면서 "앞으로도 민간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볼 거리를 제공하고 뜻 깊은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공된 디자인 펜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추홀구 학익동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낮에는 차량통행이 많고, 밤만 되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는데 디자인 펜스가 설치되니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며 "이러한 예술 작품 디자인 펜스가 전국 공사 현장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만족해 했다.
한편, 시티오씨엘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일원 및 인근부지 154만여㎡를 개발하는 미니신도시급 민간도시개발 사업이다. 2025년까지 주택 1만3000여 가구와 주거 및 업무·상업·문화·공원 등이 함께 조성된다.
[김태진 매경비즈 연구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