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세대 추억의 음원유통 플랫폼 소리바다가 코스닥 상장 20년 만에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음원 회사와의 저작권 문제와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소액주주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리바다는 2020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의결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지난해 5월17일부터 1년째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달 2021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도 '의견거절'을 받아 재차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지난 4일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12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내며 재기를 노리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리바다는 지난 2000년 양정환, 양일환 형제가 설립한 국내 1세대 음원서비스 공급 업체로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들이 개발한 음악 다운로드 프로그램은 MP3파일 형태의 음악을 P2P(개인 간 파일 공유)로 공유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P2P 방식의 위법성 때문에 소리바다는 저작권법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소송과 분쟁을 겪었다. 저작권법 위반 소지로 법원의 서비스 중지 명령을 받을 때마다 '소리바다1'에서 '소리바다6'까지 새로운 버전의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2009년엔 애플과 손잡고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서 최신 음악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당시 출시된 소리바다 아이폰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소리바다는 음원 회사와의 저작권 다툼 이후에는 경영권 분쟁으로 또 다시 몸살을 앓았다. 창업자인 양정환 대표와 양 대표의 형 양일환 전무는 2016년 보통주 200만주와 경영권을 100억원에 중국 국영투자기업 ISPC에 넘겼고, 같은 해 12월 제이메이슨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10.5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2020년 2월 중앙컴퍼니(옛 중부코퍼레이션)이 소리바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중앙컴퍼니는 제 3자 유상증자로 81억원을 들여 회사 지분을 인수했고, 5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총 131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약 두 달 후 기존 주주인 제이메이슨이 중앙컴퍼니의 동의 없이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려 했다는 이유로 갈등을 벌여왔다.
법원이 중부코퍼레이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유상증자는 철회됐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1년여간 이어졌고, 2021년 7월 중앙컴퍼니가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음원 회사와의 저작권 문제와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 온 소리바다는 최악의 재무 상태로 회생 절차를 밟아 왔다.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고, 2014~2015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2016년 유상증자로 자본잠식에선 벗어났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리바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투자자는 "계좌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다"며 "정리매매하면 10만원은 건지지 않겠나"고 푸념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빨리 정리매매 했으면 좋겠다", "정리매매 기간에 담뱃값이라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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