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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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세계 2위 유전 서비스 업체' 핼리버턴 주가가 하루 새 2.16% 올라 1주당 41.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3일 이후 연중 73.57% 상승률을 기록한 상태다. 이 밖에 세계 1위 유전 서비스 업체 슐룸베르거와 3위로 꼽혀온 베이커휴스도 연중 주가가 각각 37.70%, 49.48% 올라섰다.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의 연중 상승률(39.36%)을 넘나드는 수준이다.
뉴욕증시에서 올해 1분기(1~3월) 이후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유전 서비스 등 석유·가스 생산 인프라스트럭처 업체들 실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피크아웃이란 실적 확장세가 정점을 찍고 둔화되는 것을 말한다. 18일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상장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1년 전보다 5.3% 늘어날 것이며, 상장 기업들의 81.5%가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은 기업들 생산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 추가 인상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피크아웃 우려에도 유전 관련 업체들에 투자 기대가 몰리는 것은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산유국들의 에너지 생산 활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지난 15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이달 상반기 러시아 원유 생산은 3월보다 7.5% 급감했다.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과 공동 대응하고자 비축유를 풀었지만 유가가 잡히지 않고 물가가 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고(高)에탄올 함유 휘발유 판매'를 일시적으로 긴급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에탄올 휘발유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탓에 판매가 제한됐지만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나선 셈이다.
이런 가운데 18일 스콧 그루버 씨티 연구원은 연구 메모를 통해 "최근 유가 급등세와 유전 서비스 가격 결정력을 보면 유전 관리업체들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석유·가스뿐 아니라 아니라 베네수엘라와 이란 원유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다만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과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열풍 때문에 원유 공급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유전 탐사·개발, 시추 장비 관리 등 유전 관련 인프라스트럭처를 종합 관리하는 업체들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루버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석유 랠리에도 불구하고 유전 서비스 업체들 주가가 석유·가스 에너지 기업 주가에 뒤처졌지만 이제는 균형이 바뀌고 있으며 일단 먼저 실적을 공개하는 핼리버턴을 시작으로 동종 업체들의 놀랍고 강력한 실적을 기대할 만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3대 유전 관리업체로는 슐룸베르거, 핼리버턴, 베이커휴스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 유전도 관리한다. 세 기업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주목할 만한 업체로는 패터슨-UTI에너지와 헬메리치앤드페인, 넥스티어 오일필드 솔루션, 리버티 오일필드 서비스 등이 꼽힌다.
뉴욕증시에서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19일 개장 전에는 핼리버턴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핼리버턴의 올해 1분기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42억달러일 것이며, 주당순이익(EPS)은 0.34달러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 20명 중 14명은 '매수' 의견, 나머지 6명은 '중립' 의견을 냈다.
이어 20일 개장 전에는 베이커휴스가 실적을 공개한다. 투자 의견을 낸 월가 전문가 18명 중 16명은 '매수' 의견, 나머지 2명은 '중립' 의견을 냈다. 다음으로 22일 장중에는 슐룸베르거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투자 의견을 낸 월가 전문가 17명 중 15명은 '매수', 나머지 2명은 '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유전 서비스 업종을 두고 일각에서는 투자 신중론도 나온다. 테일러 주르처 튜더피커링홀트앤드코 연구원은 "비용 상승 압력과 석유 수요·공급 흐름을 감안해 올해 하반기부터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다만 패터슨-UTI에너지 같은 북미 지역 업체들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가스 공급 과정에서 철강·모래 등 여러 자재가 필요한데 이 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유전 관리업체들 비용이 덩달아 커졌을 것이고, 이로 인해 기업들 수익이 늘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기준 패터슨-UTI에너지 연중 주가 상승률은 98.24%에 달한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