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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현금 2억 있으세요? 없으면서 운전을 하세요?' 등의 공포를 유발하며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형사합의금 보상을 확대한 운전자보험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인데,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로 사망 혹은 12대 중과실 사고를 낸 경우 발생하는 형사적, 행정적 책임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운전자 벌금,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이 대표적인 보장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 특약을 기존 담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최대 2억원까지 높인 운전자보험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담보에 보장을 추가하면 금융감독원의 상품 심사 대상에서도 빗겨갈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은 운전 중 교통상해 사고로 피해자를 사망 또는 부상을 입힌 경우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삼성화재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4월 상품 개정을 통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 담보를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의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을 통해 사망 및 중상해는 최대 2억원, 25주 이상 부상은 최대 1억5000만원으로 형사합의금 보장 한도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9월 관련 담보 보장 한도를 1억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확대한 후 7개월 만에 또 높인 것이다.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 한도를 2억원까지 확대하며 경쟁을 촉발한 곳은 지난해 9월 메리츠화재다. 당시 교통사고 발생 시 과도한 합의금 조장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보험업계 내에서 조차 나왔지만, 이후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으로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 한도를 늘린 상품이 이어졌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에서 형사합의금 보장이 크게 확대되면 이를 이용해 합의금을 많이 받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다"며 "업계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촉발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8년 동안 보험업계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에 따른 형사합의금이 1억원이 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과도한 공포마케팅"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 한도를 2억원으로 확대한 운전자보험을 판매한다.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민식이법이 2020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은 공포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민식이법 시행 첫달 동안 80만건 넘게 운전자보험이 팔려 나갔다.
민식이법 시행을 계기로 운전자보험 판매 실적을 부쩍 끌어 올렸던 보험사들이 이번에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앞두고 공포마케팅 시즌2를 전개하고 있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 보호를 골자로 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오는 2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교통약자 보호 구역이 확대된다. 특히, 어린이 보호 구역은 현행 유치원, 학교 외 지역아동센터, 놀이터 등 658곳에서 800여곳으로 확대된다. 어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게 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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