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방문한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예금과 대출 업무를 보는 은행 창구는 방문 고객들로 분주했지만 영업점 내 한쪽에 자리한 펀드상담센터는 한산했다. 펀드 가입을 위해 방문했다고 하자 직원이 황급히 자리를 안내했다. 투자자 적합성 평가를 마친 뒤 펀드 추천을 요청하니 상담 직원은 "요즘 같은 분위기엔 펀드로 고수익을 바라보기 어렵다"며 "지수가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을 더 추천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은행 펀드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되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T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에도 착수하고 있다.
1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올해 2월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를 합한 펀드 신규 판매(머니마켓펀드(MMF)·신탁 제외) 건수는 5만3321건으로 전년 동기(26만5458건) 대비 80%나 줄었다. 액수로 따져봐도 2월 기준 펀드 신규 가입액은 522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751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펀드 가입 건수는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신규 가입 건수는 작년 1월 코스피가 3000을 넘었을 때 함께 급증해 38만574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수가 밀리기 시작하며 가입자도 꾸준히 감소해 작년 10월엔 신규 가입자 수가 10만명 밑으로 내려왔다. 올해 유독 펀드 신규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지난해 1분기 주식시장 활황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월 5대 시중은행의 신규 펀드 가입자 수는 16만명 수준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하면 10만명가량 적었다.
다만 1인당 평균 신규 가입 액수는 올 들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 기준 펀드 신규 가입자의 1인당 평균 가입액은 1328만원으로 전년 동기(981만원) 대비 35% 늘어났다.
은행들은 주식시장 지수가 내려온 상황에서 오히려 장점이 부각되는 ELT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LT는 만기일 전까지 기초자산이 정해진 가격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주식시장의 대규모 하락이 발생하지 않으면 고객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ELT 수탁 총액은 27조4125억원으로 작년 말(24조9430억원) 대비 2개월 만에 2조4695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산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공급을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작년 3월 본격 시행되며 펀드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져 은행들은 펀드 영업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