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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호건설그룹이 플래그십 하우스를 오픈했다. 다음 주 청약 신청을 받는 생활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의 전경. [이가람 기자] |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변하고 있다. 충무로역에서 을지로3·4가역을 거쳐 종로3가역까지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획된 세운지구는 사대문 안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개발 사업 진행이 가능한 곳이다. 높고 큼지막한 오피스건물과 낮고 오래된 가옥들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세운지구 안에 세운블록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디벨로퍼 한호건설그룹이 개발을 맡은 세운지구 내 14개 구역이다. 한호건설그룹은 세운블록에 아파트와 오피스, 녹지광장, 레지던스, 쇼핑센터, 문화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머지 블록 중 2구역은 필지 통합이 진행 중이고, 4구역은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개발에 나섰다. 5구역은 일부 사업승인인가를 받았다. 6-4구역은 중구청이 담당하고, 6-1·2구역에는 시행사가 들어온 상태다. 대지면적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두 배가량인 43만9356㎡에 달한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2040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미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도 있다. 2019년 완공된 을지트윈타워는 이미 랜드마크가 됐고, 주상복합아파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은 내년 2월 입주를 시작한다. 한호건설그룹도 생활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과 도시형생활주택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의 공급을 앞두고 있다. 한호건설그룹은 이를 위해 서울역 인근에 플래그십 하우스를 열었다.
가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 오버올과 디테일을 담았다는 세운블록 플래그십 하우스. 지난 14일 찾은 이곳은 입구부터 기존의 견본주택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내부로 들어서면 현대미술전시관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만든 물결이 일렁이고 그 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쳤다. 마치 청계천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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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을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미디어아트홀. [이가람 기자] |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인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호황기를 누렸다. 세운은 세계의 기운이 모인다는 뜻으로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작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8년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했을 정도였다. 저층(1~4층)은 가전제품을 판매하거나 수리하는 가게들이 입점했고, 중·상층(5~12층)은 자산가·공직자·연예인들이 입주한 최고급 거주공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강남 개발이 이뤄지면서 세운상가 거주자들이 강남으로 이동했다. 이어 1990년대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고, 2000년대 들어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됐다. 용산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소비자들도 점점 발걸음을 끊었다. 세운상가는 그렇게 쇠락했다.
2000년대 초 오세훈 시장이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면서 활기가 돌기도 했다.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남산과 종묘를 잇는 녹지 축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이기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으로 노선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정비구역들이 쪼개지고 해제됐다.
지난해 다시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은 "퇴임하기 전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서울 도심은 상전벽해의 모습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며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부터 동대문까지 내려다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아쉬워했다.
원주민들과 영업권자들도 기대가 크다. 자신을 종로 토박이라고 소개한 A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데 진작 개발이 됐어야 하는 곳"이라며 "건물과 골목이 너무 노후된데다가 자칫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들어오기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세운상가 근방에서 만난 상인 B씨는 "이곳에서 40여년간 장사를 해 왔다"면서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을 했다가 말았다가 해 아주 지쳐 버렸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상인 C씨는 "그래도 박원순 시장의 프로젝트로 살아난 상권이 있고, 몇몇 식당과 카페들이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 방문객이 없지는 않다"며 "상인과 장인들을 정착시키고 평범한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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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현실(XR) 체험관에서 확인한 세운지구의 미래 모습. [이가람 기자] |
플래그십 하우스에 마련된 유니트는 총 3개(30·41·50형)였다. 전 세대에 테라스와 드레스룸이 설치되고 기본 옵션으로 미세먼지 제거기와 의류관리기, 와인저장고 등이 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타입에는 영화관이나 도서관 등 취미용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알파 공간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가구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방 크기 대비 침대나 서랍장 등 사이즈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했다. 버틀러·하우스키핑 서비스와 청소·세탁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골프연습장과 볼링장, 웰컴 라운지, 회의실, 와인 라이브러리, 독서·스터디 공간, 헬스장, 샤워실, 게임룸 등 호텔급 시설이 갖춰 있었다.
이날 플래그십 하우스를 방문한 투자자 D씨(60대)는 "실제로 거주하려는 건 아니고 월세를 놓을 생각"이라며 "대사관 관계자처럼 공무원이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부모님과 함께 플래그십 하우스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E씨(30대)는 "부친께서 아직 어떤 용도로 쓸지 결정하지 못하신 것 같다"면서도 "포스트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관광객이 늘어날 테고, 국가 간 이동도 편해지면 출장이 자유로워질 것 같아 장기 체류용 에어비앤비로 돌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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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자의 취향에 맞춰 꾸밀 수 있는 알파룸(왼쪽), 입주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와인 라이브러리. [이가람 기자] |
박래영 대표는 "개발과 공존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해 온 세운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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