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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새 100종이 넘는 ETF가 출시됐지만 출시 이후 10%가 넘는 우수한 수익률을 낸 ETF는 메가트렌드(megatrend)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트렌드 상품은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단기적 테마형에서 나아간 것으로 10년 이상 지속되는 거대한 변화 흐름을 포착하고 투자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것이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3월~올해 3월 최근 1년간 상장한 ETF 103개를 분석한 결과 상장 직후 이달 8일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41개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 10%가 넘는 ETF는 14개에 그쳤고, 5%가 넘는 ETF도 27개에 불과했다.
특히 상승률이 10% 이상인 ETF 14개 중 상당수는 탄소배출권, 사이버보안, 수소, 메타버스 등 기존에 없던 신성장산업과 관련된 메가트렌드 ETF가 차지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최근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라며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른바 메가트렌드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일례로 유럽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코덱스(KODEX) 유럽탄소배출권 선물ICE(H) ETF는 상장 이후 이달 8일까지 26.2% 올라 103개 ETF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심화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보안, 메타버스 등 메가트렌드로 분류되는 ETF 역시 상장 이후 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 고수익 상품군에 이름을 올렸다. 상장 이후 10% 이상 수익을 낸 ETF 중 지수형은 단 4개에 그쳤다.
기존에 없던 ETF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ARIRANG) 글로벌수소& 차세대연료전지MV는 상장 이후 23.2% 올랐고, TIGER 글로벌 사이버보안INDXX ETF는 상장 이후 18% 상승했다. KBSTAR 글로벌 수소경제Indxx는 상장 이후 16.7%, TIGER Fn메타버스 ETF는 11%가량 상승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기존 테마형이 특정 산업군에 국한돼 있었다면 메가트렌드는 미래첨단산업, 신성장동력 등 전반적 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는 차별화한 메가트렌드 ETF를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핵심 기술주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타이거(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는 지난해 4월 9일 상장 이후 이달 8일까지 가격이 21.7% 올랐다. 자금이 꾸준히 몰리면서 출시 1년 새 순자산총액이 1조40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반면 상장 이후 10% 이상 떨어지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ETF도 32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상품 옥석 고르기가 중요해진 셈이다.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 ETF는 상장 이후 42% 넘게 하락해 1년 새 출시된 ETF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에 속한 12개 종목을 담은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중국 시장과 국내 게임산업에 투자하는 ETF 역시 대체로 수익률이 부진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반도체팩트셋 ETF는 상장 이후 23.8% 하락했고, 국내 게임주에 투자하는 HANARO Fn K-게임 ETF는 상장 이후 22%가량 하락했다.
상장 기간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가령 지난해 5월 11종의 ETF가 출시됐는데 플러스를 기록한 ETF는 6종이었고, 5종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천차만별이었다.
최근 1년간 두 자릿수의 ETF를 시장에 내놓은 운용사는 5곳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각각 19개, 18개의 ETF를 출시해 가장 많은 상품을 내놨고, KB자산운용(14개), NH아문디자산운용(12개), 한국투자신탁운용(10개), 신한자산운용(7개)이 뒤를 이었다. 상장 이후 상승률 10%가 넘는 ETF는 총 14개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가 4개로 가장 많았다.
1년 새 무려 5곳 ETF 시장에 출사표
액티브 상품, 지수 이상 수익률 기대
거래소 일부 규제완화 시사도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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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 펀드 운용으로 두각을 나타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최근 1년 새 4종의 ETF를 선보이며 투자자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나머지 운용사들은 1~2종 ETF를 출시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 뛰어든 운용사들이 앞다퉈 지수 상승률을 넘어설 수 있는 액티브 ETF를 내놓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변화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70%만 비교 지수를 추종하고 나머지는 운용사가 재량으로 운용한다. 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액티브 ETF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가치 투자 대명사로 꼽히는 존 리 대표와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서도 액티브 ETF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와 관련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급변하는 질서 속에서 플랫폼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며 "세분화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영역을 장악하는 기업에 주목해 이런 기업과 동반자가 되기 위해 플랫폼 액티브 ETF를 만들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존 리 대표의 메리츠자산운용 역시 국내 대표 정보통신·미디어 산업에 투자하는 마스터(MASTER) 테크미디어텔레콤액티브 ETF 등 2종을 상장한 바 있다.
최근 1년 새 출시된 ETF(103개) 가운데 액티브 ETF는 총 29개로 약 28%를 차지했다.
앞서 한국거래소 역시 액티브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시사했다. 지수 등락을 추종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에 집중된 ETF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투자자 수요에 맞는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액티브 ETF는 벤치마크(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거래소는 향후 비교 지수 상관계수를 현행 0.7에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 수익을 추구하려는 운용사들에 해당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운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