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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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농업 투자 업체인 아데코아그로 주가가 하루 새 4.69% 올라 1주당 12.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국 곡물 가공·유통 업체인 번지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39% 오른 120.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데코아그로와 번지는 지난달 14일 이후 한 달간 주가가 각각 18.59%, 11.84% 올랐다. 이는 한 달 동안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6.55%) 수익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비료·곡물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월가에서는 곡물 관련주 매수를 추천해왔다. 일례로 애런 선더램 CFRA리서치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 갈등뿐만 아니라 남미 지역의 고질적 기후 문제인 라니냐(가뭄) 등을 고려할 때 곡물 가격은 추세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밀·옥수수 가격이 지나치게 치솟았기 때문에 사료 수요가 대체재 격인 콩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월가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 여파를 주목해 비료 업체 주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비료 업체 모자이크다.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 중 하나다.
다만 비료에 이어 밀, 옥수수, 콩의 시세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눈은 농지 경영, 곡물 가공 업체로 향한다. 대표적인 곳이 아데코아그로와 번지다. 특히 번지에 대해 선더램 연구원은 "불과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번지의 수익성이 높아질 기회가 열렸다"면서 "번지는 특히 콩 가공·유통에 주력하고 있는데, 콩은 최근 가축 사료 대체재로 주목받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시대의 바이오 에너지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곡물 가공·유통 업체들은 일단 높아진 곡물 가격 압박을 받지만 곡물이 필수재인 만큼 가격을 더 올려 수익을 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번지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고 12개월 목표주가도 105달러에서 12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한편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배런스 기고를 통해 "지난 3월 이후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곡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두 달간 제한 조치 수가 2배 증가했다"면서 "일례로 밀의 경우 상위 5대 수출국 중 하나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 여러 파급 효과를 통해 전 세계 밀 가격이 최소 13%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밀 등 곡물 수출을 제한한 국가는 35개국으로 이 중 러시아, 세르비아 등 9개국은 밀 수출을 제한했다.
'유럽의 곡물 창고'인 우크라이나에서 농사가 위축되고 정세 불안으로 인해 각국이 식량 안보를 내걸고 곡물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당분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