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용산시대 개발 (下) ◆
3박4일간 3회 공연을 모두 관람하지만, 낮에는 용산 일대 명소를 관람할 계획이다. 첫 방문지는 하이브 본사 전시장 '하이브 인사이트'다. 걸어서 대통령 집무실 공원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튿날에도 BTS 리더 RM이 자주 찾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을 방문해 한국 미술과 만난다. 3일 차에는 동대문에서 K패션 쇼핑을 하고 마지막 날 밤에는 한강공원에서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코로나19 종식 후 서울로 몰려올 해외 K컬처 팬들의 가상(假想) 관광 일정이다. 이들의 여정은 '아미'(BTS 팬클럽)의 성지인 용산을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비해 'K관광 허브'로 용산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용산은 간단한 셔틀버스만 있어도 (역사·예술지구의) 연결성이 개선될 수 있다. 광화문권역과 쉽게 연결되고 이태원도 가까워 매력적인 허브가 될 수 있다. 용산이 서울의 얼굴을 달라지게 할 문화·역사·여가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한글박물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기념관이 대거 밀집해 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쟁을 겪은 한국의 역사와 한글 등 문화유산을 처음으로 만나는 관광 1번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이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의 품으로 오는 순간 일대의 '뮤지엄 로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대표 화랑 페로탕 등이 밀집한 파리 엘리제궁, 영국 런던 버킹엄궁 옆의 메이페어, 독일 베를린 대통령 관저 벨뷔궁 인근 미테도 각국을 대표하는 화랑가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에는 내셔널갤리리, 링컨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이 밀집해 미국 수도를 관광 수도로 발전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000년 문화사를 품고 있고 한국 문화의 원류를 찾아가게끔 유도하는 최적의 공간이다. 게다가 관람객 수 기준(지난해 126만명)으로 세계 10대 뮤지엄으로 꼽히고 한류 스타들의 '인증샷' 열풍으로 MZ세대 성지가 된 지 오래다. BTS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화제가 된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명소 중 명소다. 기념품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파스텔톤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대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베를린 뮤지엄 아일랜드처럼 집적 효과를 높이는 가능성을 제안했다. 민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는 한글박물관과 전쟁기념관은 물론 리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수준 높은 사립미술관도 있어 독자적인 박물관 벨트를 형성해 가족 나들이는 물론 관광객 코스로도 좋다. 다만 접근성 개선이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은 국내 최고의 사립 미술관이다. 데이미언 허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세계적 미술품뿐 아니라 김정희,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의 고미술과 국보 36점을 보유하고 있다. K화장품의 진원지인 아모레퍼시픽 본사 미술관도 수준 높은 현대미술 전시를 꾸준히 하고 있고, 화장품 쇼핑에도 최적의 공간이다.
여기에 최근 타데우스 로팍, 리만머핀, 페이스갤러리 등 세계적 화랑들이 앞다퉈 한남동에 진출했다. 용산공원 일대부터 이태원동, 한남동까지 20개 넘는 화랑과 미술관이 밀집한 '미술 벨트'도 볼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관광의 '화룡점정'은 용산 하이브 사옥의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다. 지하 1~2층에 4700㎡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의 음악 역사는 물론이고 이들과 협업한 세계적 미술가들의 작품이 대거 걸려 있다. 용산에서 멀지 않은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과 홍대 YG엔터테인먼트 사옥도 한류 관광을 위한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다.
용산의 또 다른 경쟁력은 서울의 심장부라는 위치적 확장성이다. 용산은 지리적으로 미술관·화랑이 밀집한 광화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쇼핑 메카 동대문, 청춘 문화 성지인 홍대와 성수동, 한강 수변 공원 일대를 '동서남북의 배후지'로 품어 관광 허브 입지로 최적이다. 따라서 용산공원과 철도, 한강 등으로 단절돼 섬처럼 고립됐던 용산이 특별법을 통해 개발될 때 관광 허브로 육성하는 각론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매일경제신문의 제언이다. 용산 일대 관광지를 포함해 광화문·동대문·홍대를 경유하는 투어 코스를 개발하고, 용산 미술관과 광화문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역사박물
매일경제신문은 2013년 국민보고대회에서 21세기를 창조 도시가 주도하는 시대로 정의하고 19세기 파리, 20세기 뉴욕의 뒤를 이을 세계 세 번째 창조 도시로 서울을 육성하자고 제언한 바 있다.
[이한나 기자 / 김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