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과 주가 전망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대부분이 '매수'를 주장한다. 종종 투자의견이 '중립'까지 하향되긴 하지만 '매도'까지 내려가진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 사이에선 "중립 의견이 사실상 매도 의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IB) 및 증권사들의 경우 매도 의견을 내는 데 자유롭다. 국내 증권사들은 자료 협조 및 기업금융 비즈니스 차원에서 평가 기업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쉽게 매도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매도 의견 리포트를 하나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투자의견은 일반적으로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된다. 발간 리포트의 100%가 매수 혹은 중립(보유)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BNK투자증권(1.6%), 미래에셋증권·DB금융투자·다올투자증권(0.7%), 상상인증권(0.6%)이 매도 의견을 냈지만 그 비율도 현저히 낮은 모습이다. 올해에도 증권사 매도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반면 골드만삭스(15.3%),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15.1%), JP모간(11.2%) 등 외국계 투자은행, 증권사들은 어느 정도 매도 의견 리포트를 냈다.
외국계 대비 국내 증권사들이 손쉽게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이유로 우선 평가 기업과의 관계가 거론된다. 평가 기업과 많은 소통을 나눌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와 소통의 기회를 갖게 돼 업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탐방을 다니고 분석을 해야 하는데 매도 리포트를 낸다는 게 분위기상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독자적인 판단인데도 일부 평가 업체들은 자사의 IR(기업활동) 담당자 탓으로 돌리기도 해 이 같은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차원도 있다는 분석이다. 매도 의견은 증권사 비즈니스에도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증권사에 기업들은 금융상품 판매, 대출,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의 잠재적 고객이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