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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가 휘청이자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는 회사가 늘고 있다.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대비 자사주 취득은 증가한 반면 자사주 처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기업이 주주환원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들어 공시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126건(직접 취득+신탁 취득)이다. 작년 같은 기간(82건)보다 53%가량 늘었다. 자사주 취득 신고 금액 합계는 전날 기준 2조3743억원으로 지난해(1조5863억원)보다 50% 증가했다. 그에 반해 자사주 처분 건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자사주 처분 공시는 전날 기준 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시장에 유통 중인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한다는 의미다. 자사주 처분은 매입한 주식을 다시 주식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뜻한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우선 주가 관리 차원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회사가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리고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 수가 감소하므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사주 취득을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기업들이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자사주 취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회사 상당수는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공시 후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자사주를 취득한 종목은 공시를 낸 다음날, 일주일 후, 한 달 후 기준으로 각각 평균 2.0%, 3.2%, 4.4% 상승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 이익 둔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자사주 매입 종목을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자사주 취득이 무조건 주주이익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회사의 재무구조와 주주환원 의지가 확실한지를 먼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기적 주가 상승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이용할 경우 기업의 지속성이나 장기 성장이 희생될 수 있다"며 "취득한 자사주를 재처분한다면 주주환원 효과는 한시적인 것으로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목적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