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1인당 6억…소매금융 철수한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하며 도입한 특별퇴직제도에 비(非)소매금융 직원까지 대거 몰려 이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최대 7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길 수 있고, 별다른 문제를 일으켜 퇴직하는 것도 아니어서 재취업·이직 기회까지 있는 매력적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은 특별퇴직을 통해 퇴직금을 받은 뒤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돼 씨티은행의 기존 근무처에서 계속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에서 계속 사업을 영위하려는 기업금융 분야나 각종 지원부서에서도 특별퇴직을 신청해 승인된 인원이 상당하다"며 "당초 수천억 원 단위로 거론되던 퇴직금 규모가 1조원을 넘긴 것도 퇴직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면서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와 관련된 퇴직금 비용이 총 1조1920억원이었으며, 이를 반영한 당기순손실이 7960억원이었다고 발표했다. 퇴직이 승인된 인원수가 약 2000명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퇴직금은 6억원을 넘어선다.
당초 씨티은행에서는 기본급의 90%를 잔여 근속개월 수(최장 7년분)만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려 했지만, 노사 협의를 거쳐 특별퇴직금이 기본급의 100% 수준으로 확대됐고 2500만원의 창업·전직지원금과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장학금까지 보장하게 됐다.
이 같은 파격적 조건이 확정되자 사업 철수와 무관한 기업금융·지원부서 직원의 퇴직 신청도 크게 늘어나 약 1980명의 특별퇴직이 확정됐다. 비소매금융 퇴직자 비중을 묻는 질문에 씨티은행 노조 측은 "소매금융 부서 소속이 아니라도 유관 업무가 많은 직원이 있어 비소매금융 직원을 정확히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