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영역으로 알려진 국내 건설사들에 여성 사외이사들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사외이사들의 '성' 다양화 조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건설사들 이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달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DL이앤씨는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오래 일한 신 교수는 심리학, 인지과학,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로서 당사가 고객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17일 삼성엔지니어링도 주주총회를 열고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회사는 최근 친환경 수소사업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 중이라 환경 전문가인 최 교수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현재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산림청 산림복지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하루 뒤인 지난달 18일에는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양세정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는 강혜정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학 교수를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연세대 성악과를 나온 강 교수는 건설사 사외이사로는 보기 드물게 예술계에 오래 종사해온 인물이다.
건설사들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움직임은 2020년 초 삼성물산이 SC제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을 지낸 회계전문가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영입하면서부터다. 이후 지난해 GS건설에서는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 ESG(환경·책임·투명경영)와 공정거래, 준법지원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이같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것은 올해 8월부터 개정·시행되는 자본시장법 때문이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여성 사외이사를 찾지 못한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에서도 8월 전까지 적임자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단 법
A건설사 관계자는 "법 시행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임하는 면이 있지만 남성들만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회사 경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