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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스팩이란 이름이 아직 낯선 주린이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스팩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스팩 공모주 투자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 기업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와 달리 스팩은 이름 그대로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 즉 페이퍼컴퍼니입니다.
스팩은 비상장사의 우회상장을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장이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미리 스팩을 통해 투자금을 받아 상장시켜둔 뒤 상장을 원하는 비상장사와 합병하는 것입니다. 합병 이후에 스팩의 간판만 비상장사의 것으로 바꿔달면 됩니다.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상장과정이 매우 단순해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일반적인 상장 절차에서 비상장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알리고 투자가치를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모 흥행이 실패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스팩 합병 상장의 경우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받는다는 점을 동일하지만 스팩과 비상장사가 나란히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만 가결시키면 모든 절차가 끝납니다.
어떤 스팩의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원이고 이 스팩과 합병할 A라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됐다면 A회사의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던 주식 1주는 이 스팩 주식 10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스팩의 이름이 A로 변경됩니다. 형식상으로는 상장된 스팩이 비상장사 A를 흡수합병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A가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상장사가 최근 1년 동안 15곳이나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15개의 스팩이 지난 1년 동안 임무를 완성하고 사라진 것이죠.
스팩 주가는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게 정상이라는 점을 이제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팩은 아무런 사업을 하지 않는 현금 덩어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모멘텀도, 리스크도 없고 배당도 없습니다. 적어도 합병대상을 찾기 전까지 스팩 주가는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정상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팩의 공모 방식은 일반적인 IPO 기업들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모가가 2000원으로 고정돼있습니다. 5만주를 발행하면 스팩의 시총은 1억원이 됩니다. 기관 수요예측이 잘 나왔다고 해서 공모가가 올라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기관 투자자들의 보호예수도 없습니다. 즉 스팩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는 단순히 경쟁률만 보시면 됩니다.
공모주 투자를 많이 하는 투자자 중에서는 스팩은 균등배정이라도 꼭 들어간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스팩은 절대로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데 가끔 급등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있습니다.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공모가 2000원이던 주식이 나흘 만에 1만1400원까지 간 것이죠. 최근 1년 동안 22개의 스팩이 상장했는데 이 중 삼성머스트스팩5호를 포함해 2개 스팩이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을 찍었습니다. 반면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주가가 하락한 스팩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22개 공모 스팩 가운데 17곳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10%도 안 됐습니다. 공모가보다 조금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주 드물게 급등하기는 하지만 급락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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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이충우 기자] |
공모주 말고 이미 상장된 스팩을 사는 것은 어떨까요? 2000원을 훨씬 웃도는 주가의 스팩을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스팩4호를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주당 2000원에 총 402만주를 발행했습니다. 80억원 정도의 현금이 있는 스펙인데요. 현재 주가는 5600원선, 시가총액은 227억원입니다. 이 스팩과 합병하는 회사는 현금 80억원을 227억원에 사는 셈이 됩니다. 정확히는 8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댓가로 227억원 어치의 지분을 주는 것입니다.
스팩이 현재 55개나 상장돼 있는데, 굳이 이 스팩과 합병할 비상장사는 없을 것입니다. 스팩은 상장 이후 3년 동안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됩니다. 스팩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합병대상을 찾기 어려워지고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를 스팩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삼성스팩4호는 지난해 5월 상장했으니 내후년 5월까지 합병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현금이 그대로 쌓여있기 때문에 상장폐지되고 스팩을 청산하면 주당 2000원 정도가 주주에게 배분됩니다. 주당 5600원에 사서 2000원 정도만 회수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역발상으로 현재 스팩 주가가 2000원 부근인데 상장폐지가 임박했다면 오히려 투자해볼만 합니다. 스팩은 공모 당시 모아둔 현금을 채권이나 예금 등 안전자산에 넣어둡니다. 상장폐지되더라도 원금이 대체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가 붙게 됩니다. 이번에 IPO 시장에 나온 미래에셋비전스팩1호의 경우 1.88%의 금리를 가정하면 3년 후 상장폐지되더라도
스팩은 상장 이후 2년 6개월이 경과하면 상장폐지가 임박했다는 의미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런 스팩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0원 부근에서 이 스팩을 매수하면 6개월 미만의 투자로 3년치 정기예금에 맞먹는 이자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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