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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따르면 개미들은 올해 처음으로 장을 연 1월 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삼성전자 8조117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연 규모로만 보면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네이버(1조3201억원)와 카카오(1조1846억원), 현대차(1조207억원)을 다 합친 금액보다도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개인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에 이어 8일에도 장중 52주 최저가를 경신하는 등 다소 실망스러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장중 6만8000원까지 떨어진 데 이어 8일에도 6만7700원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다시 썼다. 지난 2월 10일 장중 기록한 7만5800원과 비교하면 약 두달새 10.69% 밀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4일 장중 8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 간 단 1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지난 8일 종가(6만7800원) 기준 올해 들어서만 13.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65% 밀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공행진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3%, 17.8% 올랐다. 전기 대비로는 0.6%, 1.7%씩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기준 2018년(15조64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이 주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고, 수요에 민감한 IT 제품을 판매중인 만큼 실적보다 글로벌 유동성 전년 동기 대비(YoY) 증감률과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중국의 신용자극(Credit Impulse) 지수 등 경기선행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이에 만약 올해 미국이 금리 인상을 급격하게 단행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하방 압력을 매우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국 반도체 주가가 미국보다 중국의 IT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의 메모리 반도체 주가 하락도 중국 IT 수요 증감률의 하락과 동시에 발생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향후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중국내 IT 수요가 늘어나 한국 반도체 주가의 추세적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증권가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를 잇따라 낮춰 잡았다. 지난 7일 하이투자증권(9만3000원→8만9000원)과 하나금융투자증권(10만1000원→9만5000원), KB증권(10만원→9만원) 등이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크게 증가했던 전세계 노트북과 스마트폰 출하량이 실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올해 들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3월 중순 이후 D램 현물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 중"이라며 "하반기 IT 및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선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기 및 수요의 개선을 확신케 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해소와 양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동사 주가가 6만원대 초중반~8만원대 초중반 구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이러한 주가 구간을 이용한 매매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빠른 메모리 가격 반등과 점진적인 파운드리 수율 개선, 부품 내재화를 통한 세트 사업의 원가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향후 분기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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