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연준 긴축 예고·채권금리 급등에…나스닥 2.26%↓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뉴욕증권시장의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통화정책 긴축 강화 예고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80.70포인트(0.80%) 내린 3만4641.18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7.52포인트(1.26%) 밀린 4525.12에 거래를 종료했다. 나스닥지수는 328.39포인트(2.26%) 떨어진 1만4204.17에 마쳤다.
이날 투자자들을 긴장시킨 것은 연준의 이인자인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미니애폴리스 토론에서 보낸 기준금리 인상 및 본격적인 양적 긴축 임박 신호였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5월 회의 직후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 직전 긴축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연준 보유 자산을 처분하겠다”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으면 더 강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통화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꼽혔던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를 하루 앞두고 매파적 입장을 드러낸 만큼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국채금리는 치솟고, 증권시장은 가라앉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초반만 해도 2.4% 중반대였다가 장중 2.56%를 돌파했다. 지난 2019년 5월 초 이후 최고치다. 2년물 국채금리 역시 장중 2.53%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종목별로 보면 반도체주인 엔비디아의 주가가 5.22% 하락했다. AMD(-3.36%), 퀄컴(-5.43%), 마이크론테크놀로지(-3.94%), 애플(-1.89%) 등도 약세였다. 반면 트위터는 2.02% 올랐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데에 이어 이사회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카니발은 크루즈 에약이 증가하면서 2.43% 뛰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도 여전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은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과 다르지 않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결정했다. 연간 40억유로(약 5조3000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은 높아졌지만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과 비교해 1.32달러(1.3%) 내린 배럴당 101.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긴장과 경기침체 우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궁극적으로 경제가 둔화할 것이며 주식시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시장이 연준이 내놓은 정책에 적응하면서 힘든 몇 달을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도이치방크는 미국이 내년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투자보고서를 내놨다. 도이치방크는 미국 경제가 연준의 추가 긴축으로 2023년 말과 2024년 초까지 마이너스 성장 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2.46포인트(13.25%) 오른 21.03을 기록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