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최고가 기록이 새롭게 나왔다.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벌써 임대차시장이 요동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용면적 273.96㎡는 지난달 21일 보증금 4억원·월세 4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기록한 월세 4000만원은 역대 최고 금액이다. 종전 최고 금액은 지난해 7월 30일 서울 성동구 아크로포레스트 전용면적 264.546㎡가 기록한 2700만원이다. 당시 보증금은 20억원으로 책정됐다.
전세시장에서도 지난달 5일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전용면적 271.2㎡는 75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으며 사상 최고 전세가격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가격은 지난해 2월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청담 전용면적 219.96㎡가 기록한 71억원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세가격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이 예년 대비 더 줄어들면 전·월세시장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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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월세 최고 가격 기록을 세운 더펜트하우스 청담의 전경. [매경DB] |
더펜트하우스 청담이 기록한 월세 4000만원은 전국에서 기초자치단체별로 아파트 월세가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의 평균 가격인 약 250만원과 비교해도 16배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해 125만원을 돌파하는 등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3월 2주 차(3월 14일 기준) 0.0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주 차와 3주 차(3월 21일 기준) 각각 0.02% 상승률을 보인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28일(4주 차) 상승률 0.03%로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이 지나면 4년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는 신규 계약을 맺을 때 폭등한 전세가격을 감당해야 한다.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갈아탈 경우 월세가격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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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펜트하우스 청담, 아크로포레스트 등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초고가 아파트'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단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임대차법 시행 2년이 지나 신규 전·월세계약을 대거 앞둔 상황에서 신고가 기록이 새로 쓰이며 임대시장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강행된 임대차법은 2020년 7월 말부터 시행됐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핵심이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전세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2+2년)할 수 있다. 이때 집주인이 받는 보증금의 상승률은 5%로 제한된다.
이 같은 정책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국의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매매가격 역시 급등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7419만원이다. 2020년 7월 평균 가격 4억9922만원 대비 35% 상승했다. 수도권 역시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3억3737만원에서 4억6550만원으로 38.2% 올랐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시장 매물은 2020년 9만3190건에서 6만4526건(3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부작용 탓에 임대차법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 중 제도 보완을 공약한 데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를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법을 보완하겠다고 세제 인센티브 등이 추가되면 법이 더 복잡해진다"고 밝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인 만큼 검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단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차법을 폐지하면 세입자 보호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선진국처럼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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