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및 수도권 분양 아파트들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까닭에 당첨만 되면 '로또' 청약이라고 불린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기존 아파트들은 이미 높은 가격 수준으로 무주택자들에게 부담이지만, 수도권 지역 청약은 싼값에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81.5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것 또한 청약통장이 있고, 청약 가점이 높은 이들만이 노려볼 수 있는 기회라 일반인들에게는 높은 문턱이다.
그러나 한 건물에 정문이 있으면 뒷문도 있는 법. 청약통장이 없고 청약 가점이 낮다고 할지라도 통상 해당 지역 무주택가구 구성원인 성년자(만 19세 이상)들이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줍고 또 줍는다'는 뜻의 '줍줍'으로도 통하는 무순위 청약은 보통 아파트 청약 계약 완료 후 미계약이나 부적격 물량 등이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추가 접수를 의미한다. A씨처럼 이 같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신청해 청약 가점이 아닌 추첨을 통해 기회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이다. 노지영 더피알 이사는 "무순위는 추첨제로 진행되는 만큼 청약 가점이 낮은 20·30대나 1인 가구 등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만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경기 의정부 '리버카운티'에서 2가구(4월 4일 청약), 경기 평택 '평택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에서 30가구(4월 5일 청약)가 무순위 청약 예정이다. 평택화양 휴먼빌 퍼스트시티의 경우 30가구 모두 84㎡로 분양가격은 4억1767만~4억6357만원이다.
무순위 청약이라고 해도 무조건 경쟁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일반 분양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이 좋고 소위 '잘나가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일반 청약 때의 청약경쟁률과 최근 해당 지역 시장 상황들을 면밀히 살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망이 불투명한 지역 무순위 청약에 덥석 당첨됐다가 다른 청약 지원 기회까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구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 광주 '백운광장역 천년가 헤리시티' 등은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보류지 매각 입찰도 노려볼 만한 '줍줍' 틈새 상품이다. 보류지는 일반적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사업지에서 조합원들이 개인 사정으로 내놓는 물량 중 최대 1%까지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이다. 이런 물량들은 완공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입찰 공고가 나오며, 조합 측에서 제시하는 최저 입찰 가격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에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은 "보류지 매각 입찰은 청약홈에서 따로 공고를 하지 않고 신문 등에 공고를 하고, 온라인 카페 등에서 소위 아는 사람들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평소 완공 시점에 관련 물건들이 나오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마감한 서울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보류지 매각 입찰에서는 전용 42㎡A~114㎡A 총 8가구가 최저 입찰가격 10억5000만~24억원에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입찰은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단기간에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보류지 매각 입찰도 계약 후 3개월 이내에 잔금까지 모두 완납해야 한다. 이 단지의 경우 30일 이상 연체 시 계약 해지는 물론 이미 납부한 계약금, 중도금이 조합에 귀속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직 대출 문턱이 높은 상황이라 잔금까지의 자금 여력을 반드시 확인하고 청약해야 한다"며 "자금 부족 등의 사유로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다른 청약 재당첨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현금 부자가 아니면 함부로 들어가기 힘든 상품이라는 뜻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무순위 청약 시엔 이전 당첨된 사람들이 왜 계약을 포기했는지 주변 시세, 입지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며 "청약 가점이 높은 사람이라면 무순위보다는 향후 더 좋은 입지와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 분양에 청약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 실수요자 유의점
'청약홈' 모집공고 꼼꼼히 봐야
단 하루 만에 청약 절차 마감
무순위 청약은 단지별로 신청 자격 요건과 분양 내용 등이 달라 먼저 청약홈에 공고된 모집공고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달 4일 청약하는 부산 '사하 삼정그린코아 더시티'는 76㎡ 4가구, 84㎡ 7가구를 모집한다. 무주택가구 구성원 중 성년자(만 19세)이며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신청 가능하다. 본인 등 가구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한다. 입주자로 당첨이 되면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청약과열지역의 경우 7년간 재당첨 될 수 없다.
특정 물량이 나온 것이므로 정확히 내가 들어갈 집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하 삼정그린코아 더시티 76㎡는 102동 1102호, 1702호, 2302호, 2602호가 무순위 청약 대상이다. 분양가격은 공고하지 않아 따로 문의해야 한다.
무순위 청약은 과거에는 모델하우스에서 선착순이나 추첨을 통해, 또는 건설사 사이트에서 신청을 받거나 했지만 이제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를 통해 입주자 공고를 확인하고 신청도 할 수 있다.
단 잔여 가구 물량이 20가구 이하거나 비규제지역이라면 선착순 분양이 진행될 수 있어 관심 있는 청약 아파트가 있다면 계속 모델하우스에 문의해 추후 잔여 가구 분양 일정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적으로 청약일 5일 전쯤 공고를 띄우고 단 하루 만에 청약이 끝난다. 3~4일에 걸쳐 특공, 1순위, 2순위 등으로 계속 청약 일정이 이어지는 일반 청약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무순위 청약은 항상 정보수집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가 공고가 뜨면 바로 신청 준비를 해야 한다. 분양가격은 이전 일반 분양가격에서 변동
최근 공고가 뜬 무순위 청약 아파트는 부산, 인천, 경기 의정부·평택 등에서 물량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서울 북서울자이폴라리스 등 서울과 세종에서도 알짜 물량 공고들이 나왔지만 이미 지난달 30일 모두 청약을 마쳤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