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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시장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의 한 시멘트 회사에 레미콘이 즐비한 가운데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31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원하는 시멘트 물량의 대략 10~30%를 받지 못하는 시멘트 부족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원 등 주요 시멘트 공장에는 시멘트를 실어나르려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수십대가 줄을 늘어서는 등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 생산량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연탄 재고량이 빠르게 줄자 국내 시멘트사들이 일제히 생산량 조정에 나선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생산에 사용하는 유연탄의 7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유연탄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수급까지 원활치 않아 국내 시멘트사들이 호주, 중국 등 수입처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호주 뉴캐슬탄 6천㎉ 기준 작년 1월 t당 평균 103.0달러에서 지난 29일 272.3달러로 급등했다. 이달 초에는 한때 t당 가격이 400달러를 넘기도 했다. 시멘트사들은 어쩔 수 없이 '동절기 시설보수'의 형태로 일부 시멘트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시멘트사들이 건설현장의 비수기인 12∼3월 시설보수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유연탄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4∼5월에 할 것을 앞당겨 진행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유연탄 대신 사용할 폐합성수지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기도 한다"면서도 "이마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부득이하게 100%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멘트 수급 차질에도 시멘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시멘트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시멘트 수요 전망치는 2036만t이다. 이에 비해 생산 규모는 998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멘트 재고량은 72만t으로 일시적 재고 부족 현상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멘트 업계는 급한 대로 수출용 일부를 내수용으로 돌리는 등 공급 부족 사태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 보수에 들어갔던 총 15개의 킬른(시멘트 소성로) 중 7개 킬른을 재가동한다.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용 제품 일부를 내수용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삼표·쌍용C&E·한라 등 일부 업체는 이미 국내 부족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수출량을 52% 축소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시장 수요에 따라 수출 물량을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늦었지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달 1일 시멘트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시멘트·레미콘 제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자재 가격이 오르면 건설 공사비와 분양가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다. 앞서 시멘트업체들은 지난달 레미콘 등 고객사에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감안해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현재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골재도 공급 부족현상을 겪으며 가격이 뛰고 있다. 현재 삼표산업은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져 해당 사업장의 골채 채취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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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 가격 인상은 결국 아파트 등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재 수급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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