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와 함께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일본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며 엔화당 원화값이 3년 만에 세 자릿수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간 통화 정책 괴리가 커지며 엔화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원화값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면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놓인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100엔당 원화값은 996.79원으로 전 영업일(25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00.21원)보다 3.42원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2월 14일(995.9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일본은행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캐리 트레이드'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 속에서 금리 차이를 노리는 투기 세력이 가세하며 엔화 약세 현상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일본은행이 자국 채권 금리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한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원유·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일본의 경상·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엔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조1887억엔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난 2월 일본 무역수지는 6683억엔 적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값보다 엔화가 더 크게 하락하며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 기업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