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 회장이 이번 서한을 통해 강조한 메시지는 '두려워하지 말고 투자하라'로 요약된다. 20년 넘게 아시아 최고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려온 김 회장의 연례 서한은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 100여 곳이 수신한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그해 동북아 투자 방향을 결정하며 길잡이로 참고하기에 투자은행(IB)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금이 투자할 때'라는 그의 믿음에 따라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쳤다. 한·중·일 3개국에서 기관투자자(LP)와의 공동 투자를 포함해 총 13건의 투자에 40억달러(약 4조8960억원)를 집행했다. 일본에선 실버 서비스 기업 쓰쿠이를 사들였으며, 한국에서는 동진·경진섬유와 코리아센터를 바이아웃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하는 와중에도 움츠리지 않은 이유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지닌 양면적 속성 때문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는 파괴적이기도 하고 창의적이기도 하다"며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배웠다"고 적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기술이 소비 패턴과 기업의 판매 방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모든 사업은 기술 사업'이라는 만트라(진언)를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짜고, 온라인 매출을 증대시키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데까지 정보기술(IT)을 접목하고 있다"고 썼다.
씨를 넓게 뿌린 것만큼이나 수확도 열심히 한 한 해였다. 중국 에이펙스로지스틱스, 한국 두산공작기계, 일본 아코디아넥스트골프의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2021년 1년간 총 53억달러(약 6조4872억원)를 출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MBK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5개 펀드의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은 24.6%에 달한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수반됐기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중국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파괴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우리는 헝다그룹 사태 이전에 중국 크레디트 투자 2건에서 회수를 단행하며 IRR 20%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