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호 디에이건축 대표 |
김현호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사진)에게 향후 '서울 잠실 스포트·마이스(MICE) 복합공간'을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한 구상을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미래 도시를 남들보다 빠르게 구축하려는 경쟁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저마다 속도를 높여가려고 하지만 다 실행이 안 된 이유가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건물을 짓는 일을 쉽지만, 그것을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문화를 만들어 낼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 미래 도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이기도 하다"며 "고민은 소프트웨어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에이건축은 2조원 규모의 잠실 마이스 개발 사업에서 마스터플랜 구축을 담당한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35만여㎡ 부지를 종합 마이스 공간으로 새로 조성하는 이 사업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다. 김 대표는 "잠실 마이스는 미래 대한민국과 서울의 도심 공간을 재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상상력만으로 20~30년 뒤 미래 도심을 그리는 일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한다"고 말했다.
디에이건축은 싱가포르의 팬더믹 속의 MICE 산업에서 길을 찾았다. 지난 2004년 싱가포르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유행으로 경제 위축을 경험하자 MICE 산업 육성에 더욱 힘을 쏟았다.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 개발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때다. 최근 10년새 싱가포르의 관광 수입은 20배 이상이 됐고, 그 중 마이스 관련은 25%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마리나베이샌즈가 싱가포르의 상징이 됐지만 실제 사람들은 가든 더베이(Gardens by the Bay)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며 "시간대별 프로그램을 갖추고, 야간행사도 다채로운 공원이다. 공원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면 다일 것 같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맞춰 개발이 이뤄졌고, 곧 랜드마크가 됐다"고 말했다.
디에이건축은 우리나라가 가진 콘텐츠의 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K팝과 K푸드, K뷰티 등 문화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의료와 정보통신(ICT) 등 기술적인 요소까지 공간 안에 담아낼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다"며 "해외를 다니다보면 한국이 가진 콘텐츠를 도시 컨셉으로 잡고, 설계로 엮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주문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디에이 건축은 스포츠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잠실 마이스 일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잠실은 600년 역사를 품은 서울에서 근현대사와 함께 격변의 장소이자, 그 중심인 한강과 탄천에 면한 섬이었던 땅, 우리의 상상력을 풀어나갈 흥미로운 컨텐츠를 담을 수 있는 곳"이라며 "스포츠·마이스산업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도시 축(아트 스트리트, 아트 플레이스, 아트-뷰)을 만들며 마스터플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디에이건축은 미래 기술을 담을 수 있는 도시 구축을 항상 고민해왔다. 특히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은 스마트기술 선도 기업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주경기장이라는 근대 유산과 공존하는 미래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포트를 전시 컨벤션 위에 만들고, 단지 내에는 자율주행 수소 모빌리티(PRT)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쳐도 구축될 예정"이라며 "잠실 스포츠·마이스 메타버스 등의 IT생태계를 구축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레이어를 만들고, 2050 탄소중립 대비를 위해 그린수소, 태양광, 수열 등 신재생에너지도 적극 반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에이건축은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았다. 김 대표가 설립 이후 견지해온 '도시·건축'에 대한 철학은 도시와 건축을 아우르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는 도시 전문가들이 큰 클의 도시 계획을 그려놓으면 건축가들이 정해둔 틀 안에서 건물을 배치하고 평면 계획을 하는 도식을 깨고자 노력해 왔다. 디에이건축이 토지이용계획과 건축계획을 동시에 진행했던 '판교중심상업지역 판교알파돔시티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잠실 MICE 개발은 콘텐츠와 브랜딩, 스마트기술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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