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유세 폭등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1주택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1주택자외 다주택자는 올해 발표된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매기겠다고 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7.2%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다주택자들은 지난해보다 더 큰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특히 서울에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지난해 보다 보유세가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세 부담 완화 대상을 1주택자로 한정하면서 주택 합산 가격이 1주택자 보다 낮아도 2주택자라는 이유로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와 광진구 '광장 현대(84㎡)' 2채를 보유한 경우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받아 보유세는 6220만원으로 작년(4688만원)보다 32% 증가한다. 하지만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84㎡)' 1채만 보유한 1주택자는 세부담 완화 대상이 되면서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1792만원)보다 소폭 증가한 1882만원이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와 '광장 현대' 공시가격의 합계는 25억8300만원으로 서초아크로리버파크(26억6700만원) 1억원 가량 낮은데도 보유세는 3배 넘게 내야하는 것이다. 올해 1주택자에 세부담 완화 혜택을 줘서 유독 그런것 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마포래미안과 광장현대의 합산 공시가격(23억100만원)은 서초 아크로리버파크(23억4000만원)보다 낮았는데도 보유세는 각각 4688만원, 1792만원으로 2주택자가 2배 이상 더 높았다.
자산이 더 적은 사람이 집이 2채라는 이유로 고가 1주택 소유자보다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 이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가 강화된 탓이 크다. 문정부는 종부세, 양도소득세 뿐 아니라 취득세 까지 부동산 관련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했다. '다주택자 = 투기꾼'이라는 인식하에 실거주하는 주택 외 주택을 내놓게 하기위해 세금으로 압박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과표에 따라 0.6~3%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은 1.2~6%로 상향조정했다. 다주택자에 2배 가량 높은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2014년 사라졌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도 2017년 8·2대책때 부활했다. 2020년 중과 폭을 더 넓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 이상자는 30%포인트를 더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2016년까지 주택수와 상관없이 최고 40%였던 양도세율이 5년만에 최고 75%로 껑충 뛴 것이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82.5%까지 올라간다. 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주택수와 관련없었던 취득세에도 중과제도가 도입됐다. 이전에는 취득세는 취득 주택 가격이 6억원까지는 1%, 6~9억원은 1~3%, 9억원을 초과하면 3%를 적용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12일 이후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두 번째 주택 취득 시 8%, 세 번째 이상 취득 시에는 12%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첫번째 주택 취득시 1~3%에 비해 세율이 크게 높은 것이다. 또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내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12%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주택수에 비례해 세금을 중과하는 방식은 과세 원칙인 공평성에 어긋난다. 재산 총량이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을 불합리하다. 보유세는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 합산 가액에 비례해 매기는 것이 옳다.투기와는 거리가 먼 '억울한 2주택자'도 적지않다. 집을 갈아타는 과정의 일시적 2주택자,
다주택자는 무주택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세금폭탄을 두들겨 맞아야 할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을 보고 세금을 중과하는 '징벌적 부동산 세제' 프레임은 이제 막을 내려야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