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국내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쏠렸던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고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올 들어 하락했던 미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국내 ETF의 순자산 규모도 최근 크게 늘어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22일까지 주식형 ETF 가운데 타이거(TIGER) 미국S&P500 ETF의 순자산총액이 1213억원 늘며 가장 높은 증가액을 기록했다. ETF 가격 역시 같은 기간 4% 이상 상승했다.
특히 이달 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1167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1048억원) 등이 순자산 증가 상위 5개 ETF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핵심 기술주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미국테크TOP10 INDXX ETF 역시 1000억원 이상 순자산규모가 커졌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올초 이후 미국증시 하락폭이 컸던 만큼 지수 추종 상품으로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전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경기지표도 반등 여지가 있고 물가 상승세 역시 5월이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모습은 올해 초 국내 ETF 시장에서의 매매추세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일례로 올해 1월 3일~21일 기준 국내 ETF 가운데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상품은 코덱스(KODEX) 레버리지 ETF였다. 코스피200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이 기간 50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몰렸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자금 유입 3위에 위치하는 등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이 기간 미국나스닥100 ETF는 자금 유입 기준 10위 안팎까지 밀렸다. 1월에만 코스피 지수가 11% 가량 하락하면서 저점 매수 수요가 커진 것이다.
반면, 이달 2~22일까지 KODEX 200 ETF의 순자산총액이 4144억원 감소하며 국내 상장 ETF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TIGER 200 ETF 역시 1583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추종 ETF에서 속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TIGER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 ETF 역시 이달 순자산이 1655억원 감소했다.
테마형 ETF 가운데는 메타버스, 여행레저 업종에 투자하는 ETF 등이 강세를 보였다. 가령 TIGER Fn메타버스 ETF의 경우 460억원 이상 순자산총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TIGER Fn메타버스 ETF는 5개월여만에 순자산총액 5000억원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메타버스 ETF는 이달에만 10% 가까이 오르며 올해 초 저점을 기록한 이후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행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TIGER 여행레저 ETF 역시 순자산 규모가 260억 이상 늘었다.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초단기형 채권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TIGER 단기통안채에 이달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고, 삼성그룹사 전반에 투자하는 KODEX 삼성그룹밸류 ETF에도 이달 8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됐다.
유가 하락 예상시 투자하는 원유선물인버스 ETF로 자금이 몰린 것도 눈길을 끈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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