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그룹사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삼성SDS 지분을 판 데 이어 이번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으로 추정되는 물량까지 출회됐다.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량 매물이 출회됐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24일 투자은행(IB)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일 장 마감 이후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와 JP모건, KB증권은 해외 기관 중심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매각 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2.4% 할인된 6만8800원으로 책정됐다. 매각 주체는 1조372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보다 해외 투자자 위주로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해당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주관사 측이 판단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IB 업계에선 'KB국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출회된 물량이지만 실제 주주는 홍라희 전 관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홍 전 관장이 지난해 10월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KB국민은행과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다음달까지 처분을 위임받은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만 했다.
이로써 홍 관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수는 1억1730만2806주로 소폭 줄어들었다. 전체 발행 주식 수 대비 지분율은 약 1.97% 정도다.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홍 관장은 삼성전자 우선주도 20만6633주 보유 중이다.
전날 조 단위 물량이 매각됐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요동치지 않고 있다. 매각된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 대비 0.33%에 불과해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85% 하락한 6만99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 매각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 고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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