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향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출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쌓는다. 또 충당금이 은행업 감독규정이 정한 최소 충당금보다 적을 경우 차액을 대손준비금으로 쌓는다. 시중은행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숨어 있던 부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그간 숨어 있던 깜깜이 부실이 올해부터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 비율)은 지난해 말 192.7%로 전년 말 대비 39.8%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추가 적립하는 대손준비금 순전입액은 2020년 6000억원 감소했지만 지난해 들어 1조5000억원으로 2조1000억원 증가했다. KB금융은 작년(1593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5291억원을 대손준비금으로 쌓았고, 우리금융도 전년 대손준비금 전입액이 208억이었으나 올해 3986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각각 3129억원, 3694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쌓았다.
깜깜이 부실에 대한 시중은행의 위기 의식과 경계심은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이런 부실이 아직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전 분기 말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0.50%를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이래 6분기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전체 대출금액이 늘어난 반면 부실채권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1년간 전체 대출금액이 2171조7000억원에서 2371조9000억원으로 200조2000억원 늘어났지만, 부실채권은 13조9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2조가량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가 계속되면서 실제 부실이 감춰졌다"며 "특히 이자 상환까지 유예된 차주가 많아 대출채권에 얼마만큼 부실이 발생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취해진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