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달러당 원화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상장사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와 달러가 급등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만큼 수출 위주의 사업 구조를 지닌 국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기 전인 지난해 11월말 배럴당 70달러를 밑돌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해 2월 말 100달러에 육박했고, 이달 130달러까지 오른 후 여전히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화값 역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1월말 1170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이달 들어 1240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1210원대에서 거래중이다.
이처럼 유가와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예상을 벗어난 수준으로 급변하며 올해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가와 달러의 급등은 모두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데 이를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가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200개 상장사를 기준으로 투입물가 상승률보다 산출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다시 말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했던 2015~2017년과 2020년~2021년 상반기의 경우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률이 상승했다. 반대의 경우인 투입물가 상승률이 산출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던 2018~2019년에는 영업이익 증가률이 하락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달러의 강세를 반영한 (상장사의) 투입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이후 두 자리 수로 올라섰고 산출물가 역시 작년 9월 이후 두 자리 수를 기록중"이라며 "투입물가를 산출물가로 전가시키지 못할 경우 국내기업의 수익성이 악화 될 수 있으며 올 1분기 실적부터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업종과 종목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통상 1분기가 연초 기대감으로 상장사의 실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기대를 밑돌 경우 실망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외 상황과 이에 따른 유가, 환율 등 매크로 가격의 변동이 당초 예상의 영역을 벗어나며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전망치 역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애널리스트 추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만큼 '어닝 서프라이즈'(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10% 이상 웃도는 경우) 기업을 찾는 것 못지 않게 '어닝 쇼크'(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10% 이상 밑도는 경우) 기업을 피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1분기 실적전망을 통해 1분기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어닝 서프라이즈와 어닝 쇼크가 예상되는 종목을 제시했다. 순이익 전망치가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를 5% 이상 웃돌며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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