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었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아파트의 고층부 외벽이 무너진 모습. 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사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이문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다음 달 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총회를 통해 현산의 시공권 박탈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이문3구역 조합원들은 지난달 조합에 내용증명을 보내 현산과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이문3구역이 현산과의 결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현산에 대한 불만이 사고지인 광주뿐만 아니라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조합원 A씨는 "다음 달 말에서 다다음 달 초에 총회에서 현산과 함께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며 "(컨소시엄에서) 현산이 빠질 경우 한 가구당 1억5000만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어 고민스럽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촉진3구역재개발조합도 오는 5월 총회를 개최하고 시공 계약 해지 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촉진3구역은 현산이 단독으로 시공권을 따낸 재개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이다. 경기 광명11R구역재개발조합 역시 현산에 공문을 부친 상태다. 공문에는 현산의 시공 배제를 비롯해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운암3단지재건축조합은 최근 컨소시엄 주간사를 GS건설로 변경했다. 현산이 모든 시공 권한을 공동시공사인 GS건설과 한화건설에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추후 아파트 단지 이름에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넣지 않기로 했다.
부산 서금사촉진A구역재정비조합 등 다른 사업장들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현산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분위기를 봐 시공사에서 현산을 배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원 영통2구역재건축조합과 탄방1구역재건축조합, 의왕 고천나구역재개발조합 등도 개발구역 곳곳에 '불안한 집에서 살 수 없다', '현산은 물러가라' 등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걸었다.
조합원 B씨는 "조합원 대부분이 이 집 한 채 가진 것이 전부인데 안전성과 가치가 보장되지 못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니 말도 안 된다"라며 "아직 착공 전이라는 점과 현산이 아닌 다른 건설사도 함께 들어와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합들은 원하는 대로 현산과의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어느 한 사업장에서의 사고를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해 시공 능력을 의심할 수 없는데다가, 시공사 선정이 수개월에 거쳐 진행되는 만큼 사업 기간이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돼 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위약금과 용역비, 손해배상금 등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들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새로운 시공사가 대납해 줄 수도 있지만 비용 정산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산이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소송전으로 번지게 될 여지도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합마다 계약 내용이 달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영업정지나 건설업면허취소 등 사유로도 시공사 계약이 자연 해지되지 않는 만큼 시공사 교체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산이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해 안전 확보 방안과 사고 방지 대책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를 기회로 삼아 조합들이 현산과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 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산이 이주비 100% 대출, 이사비 1억원 지원,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 등을 약속하는 등 조합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대부분 계약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아파트 고층부(23~38층) 외벽이 굉음과 함께 무너지면서 창호·미장·소방 설비 등 공사를 담당했던 작업자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동바리 미설치와 바닥 시공 및 지지방식 무단 변경,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을 꼽았다. 현산을 건설업계에서 퇴출해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