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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년 증시 활황으로 변액보험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작년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낸 첫 보험료(초회 보험료)는 5조원에 달한다. 변액보험 초회 보험료는 2017년 1조9563억원, 2018년 1조7860억원, 2019년 1조8163억원, 2020년 3조1044억원으로 급증했고 작년에 '5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체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순자산은 107조원이 넘는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중에 받을 보험금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노후 대비용 저축성 상품인 변액연금보험, 사망과 질병에 대비하는 보장성 상품인 변액종신보험, 보장과 저축성 성격을 합친 변액유니버설보험 등으로 나뉜다.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채권형 등 세 가지다. 국내 변액보험 상품의 절반 가까이는 국내 주식형과 주식혼합형이다. 국내 변액보험들이 주가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 주가 하락기에는 변액보험 가입을 꺼린다. 요즘 증시가 불안한데, 지금 변액보험에 가입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변액보험은 보통 납입기간을 5~20년으로 설정하고 매달 정해진 보험료를 납입하는 구조다. 장기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상품인 만큼 시장의 장기 성장을 믿고 조정기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는 특히 투자환경이 녹록지 않다. 세계적 유동성 회수와 금리 인상, 지정학적 위험까지 부정적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변액보험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올해만 보는 투자자들에게는 지금 시점이 위험이 가득한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변액보험과 같은 장기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유망자산들이 비교적 싸게 거래되는 상황"이라며 "처음 마주한 상황에 시장은 잔뜩 겁을 먹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할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미래 유망 기업의 장기 방향성은 확고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투자에 임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비과세'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코로나19로 평범한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 등 '글로벌 투자'에 눈을 떴다. 조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에 주로 머물렀던 국내 투자자들에게 세금이라는 새로운 고려 요인이 생긴 것"이라며 "변액보험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의 경우 모든 투자수익(보험차익)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즉 변액보험에서는 되도록 해외 주식과 채권처럼 세제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펀드를 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국내 주식은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변액이 아닌 다른 금융상품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자산배분 전략과 적정한 리밸런싱이 필수다. 인생 장기 계획을 기반에 둔 배분 전략을 세운 뒤 장기적 관점에서 변액보험 펀드 배분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 대표는 "혼자서 배분 전략을 짜기 어렵다면 미래에셋생명 MVP와 같이 투자논리와 자산배분 전략을 담은 서비스를 참고해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펀드나 전략, 배분 비율을 변경하는 '리밸런싱'을 너무 자주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생보사 23곳이 변액보험을 판매 중이다. 절대 강자는 미래에셋생명으로, 국내 변액보험 신계약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작년 1~11월 가입자들에게서 거둔 초회 보험료만 2조8533억원에 달한다. 생명보험협회에 공시한 총자산 5년 수익률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주식형 77.9%, 주식혼합형 51.5%, 채권형 10.4%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변액보험 시장을 휩쓴 것은 '글로벌 MVP(Miraeasset Variable Portfolio) 펀드 시리즈' 덕분이다. 전문가가 고객을 대신해 시장을 분석하고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준다. 변동성을 최소화한 중위험·중수익 전략으로 경기가 불안해도 자산을 지켜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 변액보험 가입 트렌드도 흥미롭다. 미래에셋생명이 작년 변액보험 신규 계약 12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가입자 10명 중 4명은 변액연금보험(41%)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유니버설이 36%, 변액종신이 23%로 뒤를 이었다. 가입자 성별로 나눠 보니 여성이 63.3%로 남성(36.7%)보다 많았다. 직업별로는 사무직 회사원(22.9%), 전업주부(20.3%), 자영업자(4.4%), 학생(3.5%)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26.1%), 40대(23.9%) 등 4050 장년층 가입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보험에 관심이 적은 20대(12.5%), 30대(15.3%) 가입률이 높은 점이 눈에 띄었다. 60대 이상 가입자도 20.3%로 나타나는 등 변액보험이 전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변액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외국계 중에서는 메트라이프생명이 단연 눈에 띈다. 2003년 업계 최초로 변액유니버설 보험을 선보인 이 회사는 작년 초회 보험료 4681억원을 유치했고 중장기 수익률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대표 상품은 '변액연금 동행'이다. 이 상품은 국내 주식형·채권형 펀드부터 미국 성장주, 또는 애플 같은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업계 최대 수준인 26종 펀드 중 골라서 투자할 수 있다. 주식형 펀드에만 100% 투자하거나, 채권형 펀드에만 100% 투자할 수 있어 시장 상황
하나생명이 작년 초회 보험료 3745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고, 흥국생명은 전년 동기보다 2.5배 늘어난 2982억원의 초회 보험료를 유치했다. DGB생명(2609억원), KB생명(1840억원), 푸르덴셜생명(1330억원) 등도 변액보험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