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대한민국 PEF열전 ⑨ H&Q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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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는 일동제약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두 회사를 중재했다. 양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 일동제약은 경영권을 방어하고, 녹십자는 수익을 얻어갈 수 있는 거래를 제안했다.
H&Q코리아는 녹십자가 보유한 지분 29% 중 20%를 사들였고, 일동제약그룹은 윤원영 회장의 기존 우호지분 32%에 이를 더해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H&Q코리아는 일동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까지 지원하며 양사가 극단적 충돌 없이 분쟁을 마무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H&Q코리아는 이처럼 오너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내부에 꼬인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백기사 펀드'로 차별화 전략을 펼쳐왔다. 보통 PEF 운용사의 투자 전략은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와 소수지분 투자로 나뉘는데, H&Q코리아는 소수지분 투자를 할 때도 경영 개선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이는 핵심 운용인력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이 넘어가는 등 업계 내 최장 기간 '원팀' 멤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각 기업 오너와 장기 간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기업의 니즈(요구)가 '경영권 인수' '경영권 방어' '성장 자금' '구주매출' 중 어디에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적절한 재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운용사의 전략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또 다른 투자 사례로는 만도 소수지분 인수건이 있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부품 회사 만도를 해외에 매각했던 한라그룹은 2008년 만도를 재인수하고 싶은 의지가 충만했으나 자금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더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국제적 PEF 운용사들이 매각 측인 선세이지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상황이었다.
H&Q코리아는 전략적투자자(SI)인 한라그룹과 컨소시엄을 맺어 매도자와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H&Q코리아는 한라그룹이야말로 만도를 인수한 후 노조 반발을 최소화하고 국내 자동차 생산 업체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매각 측을 설득해냈다. 만도는 이후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으며 H&Q코리아는 투자원금 대비 2배인 약 1540억원을 되찾아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33.1%를 달성했다.
이 밖에 H&Q코리아는 하이마트 재무적투자자(FI)로 1·2대 주주 경영권 분쟁을 중재하고 LS전선아시아, HK이노엔에 투자하는 등 SI와 FI의 모범적 협력 사례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 운용사가 단행한 투자 18건 중 13건이 구조화된 소수지분 투자다.
PEF 투자의 꽃으로 불리는 경영권 인수에서도 H&Q코리아는 다양한 결실을 맺어왔다. 투자원금 대비 8.6배인 9700억원을 회수하며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고 거래로 등극한 잡코리아 바이아웃이 대표적이다. 인수 이후 6년간 영업·마케팅·플랫폼 투자를 통해 적극적 가치 제고 활동을 수행했으며, 매각 전에는 다수 외부 자문사를 활용한 다각적 강·약점 분석을 통해 효과적 매도 전략을 수립했다. 이외에 결제 솔루션 케이에스넷 투자로 원금 대비 3.4배를 거둬들인 것 등이 H&Q코리아의 주요 경영권 인수 사례로 꼽힌다.
탄력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H&Q코리아가 현재까지 거둔 누적 연환산 내부수익률은 18.1%(투자 집행 중인 4호 펀드 제외)에 달한다. 국민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NH농협은행 등 국내 기관투자자(LP)의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