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신한카드 빅데이터 보고서 (中) / 서울 주요 상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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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2년간 국민의 생활방식과 소비·이동 패턴이 달라지면서 상권 지도도 눈에 띄게 재편됐다. 특히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최고 핵심 상권 판도가 달라졌다. 임대료가 '최상위'였던 지역이 줄줄이 무너지고 '차상위'였던 곳들이 약진하면서 최고 상권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5일 매일경제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서울 주요 상권 개인 가맹점 3만7000여 곳의 최근 2년 매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간 국내 최고 상권은 성수, 해방촌, 가로수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로나19가 강타했던 2020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이 10~20%포인트나 늘었다. 무려 25%포인트 증가한 해방촌이 1위였고, 성수가 18%포인트, 가로수길 매출도 16%포인트 신장했다. 이 세 곳은 2021년에도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작년 4분기 기준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세 곳 모두 30~32%포인트에 달했다.
임대료 수준을 감안하면 익선동, 한남, 압구정로데오 가맹점이 '빅3' 못지않게 재미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익선동은 전년 대비 작년 매출이 44%포인트나 급증하면서 주요 상권 중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이곳은 2020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이 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지금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활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매출 증가율 2위는 한남동으로 41%포인트 늘었다.
게다가 한남동은 2020년에도 전년 대비 8%포인트 늘어나면서 코로나19 불황을 비켜갔다. 최근 부활한 압구정로데오 거리도 2020년과 2021년 각각 6%포인트, 19%포인트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이태원, 명동, 홍대 등 전통적인 상권 강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0년 매출 감소율은 이태원이 31%포인트로 가장 컸고, 명동과 홍대는 모두 18%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세 곳 모두 2021년부터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원이 전년 대비 36%포인트, 명동이 23%포인트, 홍대가 17%포인트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과 합정은 2020년 매출이 제자리였지만, 작년에는 전년 대비 각각 13%포인트, 17%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4분기 기준 핵심 상권의 가맹점당 매출은 강남역이 1위였고, 가로수길이 미세한 차이로 2위, 압구정로데오가 3위였다.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상무는 "매년 4분기 기준이고 신한카드 매출만 집계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주요 상권의 큰 흐름을 보기에는 매우 유용한 지표"라며 "가맹점당 매출로 보면 압구정로데오와 한남동의 상권 경쟁력이 특히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최고 상권들은 매출액과 증감률 모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무실 밀집지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타격을 많이 받았고, 회복세도 핫플레이스나 주거지역에 비해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 창업 비율은 대체적으로 사무실 밀집지역과 주거지, 핫플레이스가 각각 15%, 25%, 60%에 가까웠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에는 핫플레이스 창업 비중이 54.3%로 줄고, 주거지 비율이 29.5%, 오피스 비율이 16.2%로 늘었다. 같은 기간 폐업률도 핫플레이스와 주거지, 오피스가 각각 59.6%, 23.8%, 16.7%로 평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시국에 창업 지도를 바꾼 것은 '임대료'였다. 20대와 60대 사장님이 늘고, 처음 창업전선에 뛰어든 '초보 자영업자'가 많다 보니 임대료가 비싼 핵심 상권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선호했다. 강남구나 서초구보다 중랑·광진·구로구 등에서 창업이 늘어난 이유다.
연령별로 선호 창업지역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점도 흥미롭다. 20대 사장들은 금천구, 관악구, 광진구, 구로구를 선호한 반면 60대 이상에게는 은평구, 종로구, 중구의 인기가 높았다.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