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일대 안개낀 아파트 모습 [한주형 기자] |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거래세 경감을 통해 '거래 절벽'인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세금 관련 공약으로는 주택 공시가격 2020년 수준 환원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2년 한시적 유예, 취득세 누진세율 재정비 등이 있다.
주택 및 부동산 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최장 2년간 한시적 배제 공약은 단기간 이행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이 아니라 정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통과 절차만 거치면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주택 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다만, 대기 수요와 인기가 많은 지역보다는 비선호 지역 위주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빨리 집값을 하향 안정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라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의 취임일(5월 10일)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보유세 기산일(6월 1일) 이전에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취득세 중과 개편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매수인이 부담을 가중 시키는 취득세 중과는 매도인 대상의 양도세 중과 만큼이나 최근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취득세까지 상향한 것은 정상적인 부동산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행 취득세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규제지역 2주택 8%, 3주택 이상이나 법인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대선 전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취득세 누진세율을 손보고,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종부세·재산세 통합과 종부세율 세부담 상한 완화, 공정시장가액비율 95% 동결 등의 보유세 개편은 법 개정 사항이라 단기간 시행은 어렵다. 시행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보유세 완화와 공시가격 로드맵에 대한 속도 조절에 본격적으로 경우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보다는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활기보다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입장차로 시장이 답보상태에 놓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일단 집값 하향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쉽지 않은 데다 추가 금리 인상도 잇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연 1%대 저금리 상황 지속과 32조원에 달하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 도래 등 집값 상승을 견인할 대외적 변수도 적지 않다. 특히 윤 당선인이 앞으로 펼칠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에 촛점을 맞춘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행 4년(2+2년)인 계약갱신요구권의 전면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수(현재 169석)를 차지하고 있어 최소한 차기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 10일까지는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신혼부부·청년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80% 상향 역시 매매가 9억원 이하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9억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가 될 것"이라며 "매매가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주택 시장으로 매수세가 몰릴 경우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아파트의 LTV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40%, 조정대상지역은 50%로 제한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담보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고, 9억원 초과분은 LTV가 20%에 불과하다.
아울러 도심 내 용적률 최대 500%까지 상향 및 준공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주택 리모델링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 노선 연장과 E·F 노선 신설
서울시의 35층 층고 규제 폐지와 맞물려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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