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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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론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37.11%, 35.87% 상승했다. 두 기업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석유 업스트림 기업이다. 석유 업스트림 기업이란 실제로 원유를 시추·생산하는 기업이다. 업스트림 기업들은 유가가 올랐을 때 가장 먼저 주가가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
단,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무턱대고 이들 업스트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원유시장에서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상태를 뜻하는 백워데이션 현상은 현재 원유 가격 상승이 단기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에 비해 높은데, 원유시장에서 갑자기 수요가 공급보다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현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도 상품을 받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원인이다.
실제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2% 오른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3년 7월 WTI 선물은 89.49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WTI는 선물로만 거래되는데, 가장 가까운 미래 상품인 4월 인도분은 시장에서 현물처럼 취급받는다. 4월 인도분 가격이 미래 선물 상품 가격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백워데이션은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백워데이션은 '당장 원유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두려움의 현상'으로 해석된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설명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원유 보유로 인한(보유한 원유 가격이 대폭 하락할 것이란) 두려움'이 극단적인 콘탱고 현상(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음)으로 이어졌던 것과는 반대다. 당시 국제유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지만 1·2차 오일 쇼크와 같은 최대 산유국 간 분쟁보다 지금의 원유 수급 사정이 불확실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은 환경인 것은 맞지만 단기 오버슈팅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오버슈팅이란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 또는 폭락한 뒤 시간이 지나며 안정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스트림 기업 매수가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빌 셀레스키 아거스리서치 원유 담당 연구원은 "결국 원유 가격이 언젠가 떨어지면 업스트림·다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도 "고유가를 노리며 업스트림 기업이 석유 생산을 늘리면 향후 공급과잉이 될 수 있다"며 "또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고 있어 중장기적 유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