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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1단지 아파트 외벽에 BTS 노래 가사를 담은 글빛 조명이 게시돼 있다. [사진 = 양지마을 한양1단지 입주자대표회] |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단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처진 달팽이·말하는 대로)
삭막하기만 했던 아파트 외벽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야간 시간대에 아파트 벽면을 글빛 조명으로 장식해 입주민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한양 1단지는 아파트 벽면에 아름다운 노래 가사를 조명으로 장식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8일 양지마을 한양1단지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최근 이 단지는 야간 시간대에 아파트 벽면을 '유재석·이적 <말하는 대로>', '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한철 <슈퍼스타>' 등 아름다운 노래 가사를 글빛 조명으로 장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입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며 보낸 입주민과 이웃 아파트 단지 시민들, 분당 학원가라는 동네 특성도 고려해 늦은 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을 위해 '힘이 나는 글빛(로고 라이트)'를 기획했다"며 "양지 한양 아파트는 매달 글빛 공모전을 진행하고, 주민 투표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이벤트는 주민들의 호응도 높다. 수내동 거주 40대 주부 A씨는 "초등생 딸 아이와 길을 걷다 '엄마, BTS가 왜 우리 아파트에 있어?'라고 말하길래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BTS 노래 가사 글빛이 아파트를 장식하고 있었다"며 "평소 딸이 즐겨 듣는 노래였는데 이번 기회에 가사를 접해보니 내용이 참 좋았다. 글빛이 자녀와 소통 역할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지마을 소재 중학생 B군도 "밤 늦게 수업을 마치면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믿어 보기로 했지',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꿈이 있어' 같은 글빛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며 "코로나가 시작될 때 중학교에 입학했고, 이제 고교 진학을 앞둔 3학년이 되었다. 내년 고등학교 생활부터는 노래 가사처럼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양지한양 아파트 벽면을 장식한 '글빛 로고 라이트'는 아파트 테니스장에서 조명을 쏜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일이다. 테니스장 활용 문제를 두고 입주민과 테니스 동호회간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992년 아파트가 준공되면서 테니스장도 함께 만들어졌다. 이후 20년 넘게 테니스장은 테니스 동호회가 관리해왔다.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주민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호회에 가입해 회비를 내야 했다.
입주자대표회는 2019년 11월 "입주자들의 테니스장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니 입주자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알린 후 이듬해 2월부터 동호회원들의 테니스장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자 테니스 동호회 측은 법원에 테니스장 사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동호회 측이 입대의를 상대로 테니스장 개보수 공사비(6000여만 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아직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양지한양주민운동장은 배드민턴, 풋살축구, 철봉, 평행봉 등 온 가족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언제나 운동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올해 4월과 5월에는 분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 '양지마을 돗자리마켓'도 열린다. 작년 돗자리마켓에는 약 8000명이 다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외지인들로 대다수 구성된 테니스 동호회가 30년 가까이 독점한 전유물을 입주민들이 되찾아 왔다는데서 의미가 있다"며 "입주자대표회는 이용 권리를 되찾은 테니스장이 주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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