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따라 지난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등 비메모리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실적 둔화 우려 탓에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며 '7만 전자'에 머물렀다. 지난해 비메모리 위주의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3% 하락하는데 그쳤다.
올해부턴 메모리 업황이 비메모리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 미래 수익성 지표에도 '파란불'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정보기술(IT) 수요 급증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실적 반등 사이클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1.92% 하락한 7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월 9만68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줄곧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해 중순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Memory, Winter Is Coming(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가 기폭제가 됐다. 올해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8.68% 하락하며 약세를 띄고 있다.
하지만 향후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D램 가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41달러로 전월과 동일했다. 지난해 중순 이후 하락세를 이어온 D램 가격이 보합세를 띄면서 조만간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고정거래가의 선행지표로 평가받는 현물가는 최근 3.9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와 공동 운영하는 일본 내 반도체 생산라인 2곳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낸드플래시 공급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낸드플래시M(128Gb 16Gx8 MLC) 평균 고정거래가격 또한 지난해 중순부터 4.81달러로 고정돼 있지만 조만간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는 스마트폰과 PC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용 IT 제품 수요가, 하반기부턴 데이터 서버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가 실적을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상 향후 서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이 긍정적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8%, 42.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반도체 부문 추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29%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 모멘텀이 본격화될 경우 수급 개선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추세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 총괄 이사는 "최근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예상치) 상승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생각보다 작을 전망으로 시장 생각보다 빠르게 올해 2분기부터 가격 반등으로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고객사와 메모리 업체들의 D램, 낸드플래시 재고가 동시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부터 상승전환이 전망되고 D램도 2분기부터 하락폭 둔화 및 3분기부터 상승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평가 매력도 부각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저평가 영역에 진입해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애플과 TSMC 대비 0.4배, 1.6배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양사 대비 0.13배, 0.64배 수준에 머물러 있음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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