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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생활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서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것은 식자재 가격이다. 체감 외식비가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은 물론, 배달비까지 부담하면 배달음식 가격도 부담이다. 집에서 해먹는 것이 싸지도 않다. 재료비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소주업체들이 잇달아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가격은 최고 7000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 모씨는 요즘 '2500원 식당'을 찾아다니고 있다. 종로3가의 국밥집, 답십리의 짜장면집 등 서울 곳곳에 위치한 저렴한 식당 리스트를 만들었다. 식사 때에 근처로 가는 손님이 있으면 가급적 그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려 한다. 김 씨는 "김밥 한 줄에 3000원이 넘고 라면도 4000원씩 하다보니 매끼 밥먹기가 부담스럽다"면서 "다들 나같은 마음인지, 저렴한 식당 앞에 택시 줄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중인 취업준비생 오 모씨도 물가 상승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1700원에 사먹던 유명 빵집체인 빵이 2400원으로 올랐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에 4500원이라 부담스럽다"면서 "예전에는 일주일 식비로 장볼 때 마트에서 5만원이면 됐던 것들을 이젠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물가는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급격하게 오르는 추세다. 주요 중심부 마트에서 비슷한 식재료를 구매해본 결과 서울은 쌀, 계란, 사과, 우유, 감자, 닭가슴살 등이 모두 뉴욕이나 도쿄, 런던보다 훨씬 비쌌다.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 물가보다 서울 생필품 물가가 더 비쌌고,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식량 가격은 지난 달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세계 식량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를 기록해 1996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식량가격지수는 2002∼2004년 식량 가격의 평균치를 100으로 정해 현재의 가격 수준을 지수로 표현한 값이다. 2월 지수는 전월(135.4) 대비 3.9%, 전년 동기대비 24.1% 각각 상승했다. '아랍의 봄' 사태로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2월 지수보다도 3.1포인트 높다.
설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지수가 상승했으며, 특히 유지류와 유제품 지수가 많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과 우크라이나산 옥수수의 수출에 불확실성이 예상되면서 곡물 가격지수도 3.0% 올랐다. 양국은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식물성 기름과 유제품 가격지수는 각각 8.5%, 6.4%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80%를 담당한다.
이 지수는 2월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FAO는 "식량 가격 상승이 코로나19에서 회복 중인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의 빈곤층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은 식량안보 강화에 나섰다. 헝가리 농부무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든 곡물 수출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도 밀의 자국 내 공급 보장과 파스타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 마련에
몰도바는 이달부터 밀, 옥수수, 설탕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한국도 국제곡물 수급 불안에 대비해 사료와 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인하했고, 사료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의 할당물량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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