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에 상장된 유럽·글로벌 탄소배출권 ETF는 모두 10% 넘게 조정받았다.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11.5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9월 30일 동시에 상장한 4개 탄소배출권 ETF가 거래되고 있다. 4개 모두 상장 이후 지난해 말까지 20~25% 상승하며 투자자들에게서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28일까지 3~8% 수익률을 올렸다.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80%를 차지하는 유럽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리오프닝(경제재개)이 올해 초부터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배출권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한때 유럽 시장에서 배출권 t당 가격이 100유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배출권 가격 상승세에 발목을 잡았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국내 ETF가 주로 편입하고 있는 유럽 배출권 선물 12월물 가격은 전날의 t당 82.46유로에서 69.74유로로 15.42% 급락했다. 지난달 8일 장중 기록했던 98.45유로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30%에 달한다.
유럽 배출권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는 전쟁 발발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 부장은 "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 성장률이 0.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확대는 유럽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 경제가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은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40%에 달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난방용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이지만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에 유럽이 풍력, 태양광 등 쪽으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배출권 가격이 급락한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석탄발전 증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응하면 배출권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유럽 시장에서 배출권 선물 가격이 급락하자 2일 국내에 상장된 4개의 관련 ETF도 모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