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때 편법증여·대출 등 위법의심거래가 횡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매경DB] |
A씨 사례를 비롯해 편법증여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례 수천 건이 적발됐다. 특히 이 같은 탈법증여 사례는 서울 강남구·서초구 등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부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불었던 증여 열풍을 틈타 불법행위가 만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일 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작년 6월까지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총 7만6107건 가운데 이상 거래로 분류된 7780건에 대해 자금조달계획과 거래가격 등을 정밀조사한 결과 위법 행위로 의심되는 거래 378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편법증여 사례가 224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가 646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국토부는 대출 용도 외 유용(46건), 업·다운계약(22건), 법인 자금 유용(11건), 불법전매(2건) 등도 적발했다. 국토부는 적발한 위법의심거래를 경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위법의심거래 중 특히 편법증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증여의 경우 30대가 1269건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 20대 170건 등 순이었다. 액수가 10억원을 넘는 사례는 24건으로 조사됐다.
편법증여 의심 사례 가운데 증여 규모가 가장 큰 사례는 서울 용산구에서 나왔다. 30대 C씨는 용산구 한 아파트를 77억5000만원에 매수하면서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 12억5000만원에 대한 출처는 소명했지만, 나머지 64억원의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또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한 D씨는 부친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약 7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나 법인자금 유용과 편법증여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법인 자금을 빼내 쓰거나 기업 대출을 전용해 고가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사용한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E씨는 서울 강남권에 있는 아파트를 41억원에 사들이면서 본인이 대표인 법인의 자금으로 16억원을 조달하는 등 법인자금 유용이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F씨는 부산에 있는 아파트를 29억원에 매수하면서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용도)로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에 적발된 고가주택의 위법의심거래 대다수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에서 361건이 적발돼 가장 많았고, 이어 서초구(313건), 서울 성동구(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 등 순이었다. 해당 지역들은 단순 위법의심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 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높았다. 이 비율은 강남구가 5%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용산구(3.2%) 등이 뒤를 이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시행을 앞둔 2020년 말부터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증여 열풍이 불었는데 이 와중에 각종 탈법행위가 판을 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점검해 이상 거래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시장의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 세력의 시장교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