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신흥국 관련 종목 시세가 뛴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신흥국 강세 배경으로는 에너지·곡물 시장에서 러시아 제재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그간 해당 국가들의 경제 건전성이 개선된 결과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위험이 줄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브라질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 시세가 전날보다 1.16% 올라 1주당 33.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상장지수펀드(ETF) 시세는 지난 1월 31일 이후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이 4.55%, 올해 1월 3일 이후 연중 상승률이 20.83%다. 미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의 한 달 및 연중 변동률이 각각 -2.70%, -8.36%인 점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남미 브라질과 더불어 또 다른 신흥국으로 꼽히는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투자 상품도 오름세가 비슷하다.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상품이 상승세를 탄 데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에너지·광물·곡물 등 보유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의 경우 러시아 제재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외환보유액이 확충됐고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어들면서 신흥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높아졌다는 점, 셋째는 증시 측면에서도 신흥국이 선진국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이다.
밀·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세계의 곡물창고' 브라질 수출이 반사효과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옥수수를 보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3%를 차지하지만 브라질은 미국과 함께 수출 1~2위에 오르내리는 국가다. 지난달 2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중국에서는 옥수수 가격이 36.84% 급등해 t당 2600위안으로 치솟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ETF도 브라질 못지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 광물 가격이 뛴 영향이다.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니켈 생산 1위다. 지난달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차전지 원료인 니켈의 가격은 t당 2만469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약 20% 뛴 수준인데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러시아 광산기업 노르니켈이 경제 제재를 받을 위험이 불거지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자원 부국이라는 강점 외에도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더라도 2013년 당시와 같은 테이퍼 탠트럼이 일어날 위험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테이퍼 탠트럼이란 2013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탓에 당시 신흥국 통화와 주식 가치가 급락한 사태를 말한다.
다만 지난달 27일 배런스는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과거 4.4% 수준에서 최근 0.4%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언스트 영 티로프라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배런스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석유·광물·곡물 등 모든 상품 가격이 앞으로 더 뛸 것으로 보여 브라질 같은 자원 부국에 투자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에서는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림으로써 공격적인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5년여 만에 연 10%를 넘긴 상태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수그러들면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따른다. 토드 매클론 윌리엄블레어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달러화 약세일 때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을 앞지른 경우가 9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시장은 여전히 리스크가 적지 않다. 알베르토 파시노티 로크릭 이사는 "신흥시장에는 정국 불안과 미·중 갈등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