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사상 최초로 공급면적 기준 3.3㎡당 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하는 아파트가 나왔다. 신축 가구 수를 최대한 줄여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높였다. 서울 강남권 소규모 분양 단지를 주축으로 이 같은 시도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이르면 이달 분양하는 29가구 물량 분양가를 3.3㎡당 평균 65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한국에서 3.3㎡당 분양가가 60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지난해 3.3㎡당 5668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바 있다.
1992년 준공한 성지아파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다.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고, 기존 298가구 규모에서 위로 3개층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42가구를 늘려 340가구의 새 아파트로 변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30가구 미만 물량을 분양할 경우 정부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규정을 십분 활용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기존 대비 29가구만 늘려 327가구를 신축하기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신축 물량이 30가구를 밑돌면 조합이 원하는 대로 아무런 제재 없이 분양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단지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래미안송파파인탑 전용면적 87㎡는 지난해 1월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21억~22억원에 달해 시세가 3.3㎡당 6300만원 안팎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인근 아파트 호가에 맞춰 분양가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은 과제는 분양가를 대폭 높인 일반분양 물량이 완판될 수 있는지다. 업계에 따르면 성지아파트는 청약 흥행을 위해 수직증축으로 새로 올리는 최상위 3개층 물량을 분양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고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29가구 이하는 분양가 규제가 없고 30가구부터는 왜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분양가상한제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