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어 MSCI지수도 '굿바이 러시아'(?)…뉴욕증시 어디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에 나선 데 이어 글로벌 기업들도 하나 둘 러시아 투자 철회를 발표하는 분위기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위원회 측도 러시아를 지수에서 퇴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뉴욕 증시에서는 러시이 관련주 주가가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심리가 불안해진 가운데 뉴욕 증시에서는 당분간 변동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오간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 산유량 결정 회의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네 마녀의 날'을 앞두고 있어서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열더치쉘은 성명을 내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업체인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합작 투자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쉘 주가가 하루 만에 3.36% 떨어져 1주당 52.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네덜란드 계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은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사할린-2' 지분 27.5%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쉘이 가즈프롬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다. 쉘은 이밖에 가즈프롬의 노드 스트림 2 가스관 사업에 돈을 댄 5대 투자사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시적인 주가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러시아와의 투자 관계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하루 전날에는 영국계 글로벌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우리가 보유한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파로 28일 뉴욕 증시에서 BP 주가는 4.96% 떨어져 29.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BP가 내다팔기로 한 로즈네프트 지분의 시장 가치는 14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로즈네프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이다. 러시아의 주요 외국 투자자인 BP는 30여년 간 러시아와 사업 협력을 해왔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나선 가운데 기업 뿐 아니라 증시에서도 러시아 퇴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MSCI 지수 연구 책임자이자 지수 정책 위원회 의장인 디미트리스 멜라스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증시가 투자 불가능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거래를 할 수 없다면 지수에 러시아를 계속 포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루블화 변동성이 커지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 시장 붕괴 우려를 이유로 외국인의 러시아 유가증권 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MSCI는 'MSCI 러시아' 지수를 동결하고, 지난 달 발표한 '2월 분기 리뷰' 편입 종목 변경 작업도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전세계 주요국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상품 시장과 금융 시장이 출렁이는 분위기다. 28일 뉴욕 증시에서 '반에크 러시아'상장지수펀드(RSX)는 하루 새 30.45% 급락해 1주당 10.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이후 시세는 59.56% 폭락한 상태다.
한편 상품 시장에서는 오는 2일 열리는 OPEC+ 산유량 결정 회의에 투자자들의 눈이 쏠린다.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에 육박한 시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움직임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배런스는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이끌어내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두 국가 원유 생산을 자극하더라도 하루 100만~150만배럴이 추가되는 정도여서 러시아(300만배럴) 공백을 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미국 서부 텍사스 원유 4월물이 전날보다 4.50% 올라 1배럴 당 95.7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100달러를 향했다.
이어 오는 15~16일에는 연준 FOMC가 열린다. 국제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18일은 네 마녀의 날이다. 지수 선물과 지수 옵션, 개별 종목 선물과 개별 종목 옵션 만기가 겹치는 날인데 이를 즈음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28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0.41% 올라섰다. 우크라이나 전운에도 불구하고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최근 5거래일 간 2.44% 상승한 상태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