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브라질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 시세 연중 상승률이 20.21%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ETF'의 연중 변동률이 -8.81%인 점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남미 브라질과 더불어 또 다른 신흥국으로 꼽히는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투자 상품도 오름세가 비슷하다. '아이셰어스 MSCI 인도네시아' 올해 1월 3일 이후 연중 상승률은 4.87%다.
밀·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 간 갈등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세계의 곡물창고' 브라질 수출이 반사효과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옥수수를 보면 우크라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3%를 차지하지만 브라질은 미국과 더불어 수출 1~2위에 오르내리는 국가다. 이달 2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탓에 중국에서는 옥수수 가격이 36.84% 급등해 1톤(t)당 2600위안으로 치솟은 상태다. 중국의 옥수수 수입량 중 우크라 산 비중은 29% 다.
이밖에 브라질은 석유·금속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반사 효과를 볼 수 있다. 석유의 경우 브라질은 지난 2007년 발견된 심해 유전 덕에 수출국으로 진입했고 브라질 에너지연구공사(EPE)는 오는 2026년까지 브라질 석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520만 배럴로 늘어나 수출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를 향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밖에 브라질은 호주에 이어 세계 2위 철광석 수출국이다.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 ETF 상위 구성 종목이 글로벌 광물 업체 '발레', 중남미 최대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대형 금융사 '이타우 우니방코' 등이다.
인도네시아 ETF도 브라질 못지 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 광물 가격이 뛴 영향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니켈 생산 1위, 보크사이트 생산 5위, 금·은생산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일례로 2차전지 원료인 니켈의 경우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니켈 가격은 t당 2만469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약 20% 뛴 수준인데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러시아 광산기업 노르니켈이 경제 제재를 받을 위험이 불거지면서 이달 가격이 상승세다. 노르니켈은 지난 해 기준 전 세계 니켈 생산량(270만t)의 약 7% 를 생산해왔다.
자원 부국이라는 강점 외에도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평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더라도 지난 2013년 당시와 같은 테이퍼 텐트럼이 일어날 위험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지난 2013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움직임 탓에 당시 신흥국 통화와 주식 가치가 급락한 사태를 말한다. 당시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신흥 시장 전략가는 연준 금리 인상에 취약한 5대 신흥국으로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를 꼽은 바 있다.
다만 27일 배런스 지는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과거 4.4% 수준에서 최근 0.4%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과 달리 인도네시아 경상 수지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인도는 외환보유고를 두 배로 늘렸다. T.로우 프라이스의 언스트 영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배런스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 침공 사태 여파로 석유·광물·곡물 등 모든 상품 가격이 앞으로 더 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에 브라질 같은 자원 부국에 투자할 만 하다"면서 "특히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의 경제 건전성이 개선됐기 때문에 투자하기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에서는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에 앞서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림으로써 공격적인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브라질 기준 금리는 5년 여 만에 연 10%를 넘긴 상태다. 이달 2일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기존 연 9.25%에서 10.75%로 1.5%포인트(p)올렸다. 브라질은 지난 해 3월 이후 기준 금리를 8번에 걸쳐 총 8.75%p 인상했다.
증시 차원에서 볼 때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 상장 기업들의 2022년 연간 이익 증가율은 10.20%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장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8.90%) 보다 높다. 신흥국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 수익 비율(PER)도 12배로 S&P 500 지수 상장 기업들(19배) 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상태다.
앞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수그러들면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따른다. 윌리엄 블레어의 토드 맥클론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달러화 약세일 때 신흥 시장이 선진 시장을 앞지른 경우가 9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시장은 여전히 리스크가 적지 않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사태 리스크 외에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 따를 경우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신흥국 무역 수지를 악화 시킬 수 있다. 이밖에 신흥국 역시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투자 심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