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40% 줄면서 전세 가격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의 27일 전경. [이승환 기자] |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를 기준으로 하면 감소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000가구 이상 아파트 입주 물량은 7869가구(5개 단지)로, 전년 1만3755가구(9개 단지)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여전히 입주 물량보다 전세 수요가 더 많다"며 "신규 아파트 물량이 많지 않으면 결국 전세 가격은 상승 곡선을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아파트 공급이 전혀 없는 지역도 전년 대비 늘었다. 지난해에는 중구·강북구·구로구 3개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다. 올해에는 중구·마포구·노원구·금천구·성동구·도봉구 6개구에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지 않는다.
입주 물량 감소는 결국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가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분양가 관리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지방자치단체 승인 권한을 통해 분양가 통제를 강화했고,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를 시세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했다.
문제는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 위축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입주 물량 중 80% 정도를 정비 사업 물량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땅이 없는 만큼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분양가 통제 탓에 공급이 막힌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은 시차가 존재하는데 그동안 억제했던 부작용이 이제 나타나는 것"이라며 "물량 감소는 결국 전·월세 가격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다.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전세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입주가 이뤄져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해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부터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입주가 이뤄진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전용면적 59㎡ 전셋값은 지난 1월 최고가 7억원(12층)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같은 전용면적의 전세 가격은 6억1000만원(10층)으로 최고가 대비 9000만원 하락했다. 장 본부장은 "특정 지역에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면 해당 지역에 단기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면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전세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비 사업을 통한 공급과 전셋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공급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규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상징물 역할을 하면서 일대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 원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