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이재명 윤석열, 닮은듯 다른 부동산 공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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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시간이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후보의 공약이 사실상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도 많다.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터(결정 투표자)로 떠오른 중도층을 향한 경쟁적인 구애가 낳은 결과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이 '기본 명제'는 비슷하지만 여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세부 사항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부동산 정책은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매일경제신문은 두 진영이 공통으로 내놓은 부동산 공약의 세부 내용은 어떻게 다른지,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등을 집중 점검해 보기로 했다.
▶ 보유세·양도세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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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이중 과세'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당장 통합은 쉽지 않은 만큼 일단 세금 부담 완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전년도 납부 세금에서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게 하는 '세 부담 상한'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1주택자 위주로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이직이나 취학 등 특별한 사유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양도소득세처럼 1주택자로 간주하는 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을 위해 세금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루는 제도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현 정부의 상징적인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도 한시적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방법은 다르다. 이 후보의 경우 일정 가격대 등 조건을 채울 때만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거나 기간에 따라 면제율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4개월은 중과를 100% 면제하고 이후 3개월은 50%, 그다음 3개월은 25%를 깎아주는 식이다. 반면 윤 후보는 최대 2년간 '통으로' 중과를 배제하는 방법을 내세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 아래 진행된 증세 기조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는 배경이 이 같은 차이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정책 분위기를 이어가며 사회 취약층을 구제한다는 취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 스스로 '지대 개혁'을 꾸준히 주장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그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기조를 강조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세제 핵심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였지만 중도층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일정 비율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 재건축 규제 완화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선공(先攻)으로 택할 가능성이 높았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민주당도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금기 사항으로까지 여겼던 규제인데, 이 후보가 '중도론'을 앞세우며 과감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규제 완화 수위 등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다. 개발업계에선 정비사업을 옥죄는 '3종 세트'로 대개 안전진단 강화, 민간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말한다. 여야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앞에 언급한 세 가지 제도에 관한 대응책은 다르다.
우선 안전진단 완화는 두 후보의 공약에 모두 포함돼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작년 4월 취임 이후 줄곧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다 '노후 주거지 정비'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물린다. 특히 안전진단은 재건축 과정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정부가 다음 단계에서 속도를 조절할 정책 수단도 갖고 있다.
반면 나머지 두 개의 정비사업 규제는 상황이 애매하다. 윤 후보가 두 제도를 다 과감히 손보겠다는 입장인 반면, 이 후보 측은 공약이 불분명하다. 이 후보 측은 오히려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고,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했던 분양 원가 공개 등을 시행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면제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지금까지 발언을 종합하면 세입자가 본인이 가진 전세금만으로 충분히 구입 가능한 사전분양가확정형 분양전환주택(누구나집)을 포함시켜 4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전환받을 경우에만 부담금을 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이익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점이 이런 영향을 불러왔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개발이익은 공익을 위해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보였다. 게다가 '대장동 사태'까지 터진 후 민간의 개발이익을 대폭 제한하는 방향으로 '도시개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 대규모 주택 공급
두 후보가 내놓은 1호 부동산 해법이 '대규모 주택 공급'이었다. 다양한 분양 방식을 도입해 가격을 최대한 낮춰 실수요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방향도 공통점이다. 결정적 차이는 물량이다. 이 후보는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윤 후보는 민간 재건축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 공약에는 신규 택지 발굴이 많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김포공항 주변, 용산공원 일부, 강남 구룡마을, 태릉, 홍릉, 창동 등을 언급했다. 공공의 힘으로 주택 공급을 최대한 많이 끌어가겠다는 모습이 보인다.
이 후보의 핵심 공급 정책은 '기본주택'이다. 정책 발표 내용에 따르면 기본주택 거주자는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전용면적 85㎡ 기준 월 60만원)로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다. 기본주택에는 임대 외에 분양형 주택도 포함될 전망이다. 건물값만 받고 토지분에 대한 임차료를 내는 이른바 토지임대부 아파트다.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크다. 지난 6월 3.3㎡당 5653만원에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면 분양가가 3.3㎡당 1200만~1300만원까지 내려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기본주택 100만가구 중 30%가량이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 후보는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을 들고나왔다. 이 후보의 기본주택이 '토지임대부' 형태라면, 윤 후보의 구상은 국가와 개인이 주택 지분을 공유한 후 시세 차익을 나누는 '지분공유형'에 가깝다. 원가주택은 국민주택 규모(전용 85㎡) 이하 주택을 원가로 공급하고, 5년 거주 후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 70%를 보장하는 구조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두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주차난·층간소음·노후된 기반시설로 생활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1기 신도시를 재활용해야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로 집중된 수요를 빼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이 200~250%대인 1기 신도시는 현행 정비사업 체계로는 주거 환경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균형발전·광역교통망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정부에서도 계승한 철학이다. 이번 대선에선 '전철·도로 지하화' '광역급행철도 확충' 등 광역교통망을 개발하겠다는 정책이 공통적으로 대거 포함됐다.
윤 후보는 △경부선 당정역~서울역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등 4개 구간을 지하화 범위로 잡았다. 이 후보는 범위가 더 넓다. 지하철 1·2·4호선, 경의중앙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지상 구간,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구간, 동부간선도로 등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GTX 등 대규모 광역교통망을 추가 개발하겠다는 입장도 비슷하다. 윤 후보가 GTX-D·E·F 노선을 개발하겠다고 밝히자, 이 후보도 똑같이 기존 4개 GTX 노선에 2개를 더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A노선은 기존 동탄에서 평택까지, C노선은 양주에서 동두천까지 확대하겠다는 'GTX-A+' 'GTX-C+' 계획까지 발표했다.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공약도 판박이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세종시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국회와 청와대 제2집무실뿐만 아니라 법원 등 각종 공공기관까지 세종 사무소를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처럼, 서울을 뉴욕처럼 각각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거론되는 지방 육성책은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고속철도망을 기반으로 한 '강호축(강원~충북~호남)' 개발 등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은 어떤 정부도 쉽게 달성하지 못한 과제다. 정책을 인위적으로 실행하면 국가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임대차·공공임대 해법 큰차이
李 공공임대주택 수혜 계층
정부가 정하고 대규모 공급
尹 임대주택 품질 높이고
취약층 보증금 무이자 대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대선 일정이 진행될수록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로 개정 2년째를 맞은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문제와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접근법이다.
이 후보는 임대차3법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안정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혼란은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이 후보는 현재 5%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늘리고, 협동조합형 사회주택·공유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늘려 현재 임대차법이 가져온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후보는 개정을 주장한다. 임대차3법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갱신권 4년을 예전 2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전셋값을 인상하지 않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줘 시장가격 이하로 나오는 민간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원 등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임대보증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정책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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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정책에도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이 후보는 '서민'과 '청년'이라는 정책 수혜 계층을 정부가 특정하고 지원을 몰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부의 평등'에 방점을 찍은 임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운 "모든 국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공약에도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정부가 개입해 저소득층까지 집을 소유하게 한다면 국가 재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손실을 일반 국민이 떠안을 위험이 있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 '사회주택·공유주택' 같은 형태는 시대를 역행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윤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의 양적·질적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원이 필요한 국민에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방향이다. 개인 의사와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 철학이 부동산 공약에도 묻어 있는 셈이다. 다만 윤 후보의 이런 공약은 국가 지원 없이는 주거가 불가능한 계층이 양산되는 '양극화'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약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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