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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특히 서울의 경우 작년 말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646명, 12월 7852명 줄었다. 서울의 가입자 수가 감소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그동안 서울에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5년 3월과 2019년 12월, 작년 11~ 12월 네 차례에 불과하다.
당첨되기만 하면 수억원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른 바 '로또청약' 열풍이 불었지만, 낮게는 수백대 일, 높게는 수천대 일의 경쟁률에 지친 청약 포기자들이 통장을 해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지자체의 승인 권한을 통해 분양가 통제에 나섰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시세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해 왔다.
결과적으로 최초 분양가 수준을 낮추면 입주 시점에 주변시세를 안정시킬 것으로 예측한 정부의 구상은 실패했다. 분양가 자율화로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 아파트에 더 많은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되길 원하는 수요자 성향상 신축 아파트는 입주와 동시에 주변 시세와의 편차를 한 번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주변시세를 통째로 끌어 올리거나, 때로는 분양권이 준공 혹은 입주와 동시에 주변시세를 압도하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달 기준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623만5865명으로 전달(623만5814명)보다 5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장을 해지하고 재가입하면 앞서 가입했던 기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기간 산정이 시작된다.
미분양 물량도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7710가구다. 한달 전인 11월(1만494가구)보다도 3616가구 증가한 수치다. 상승률로는 25.7%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작년 9월(1만3842가구) 역대 최소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각각 1509가구, 1만6201가구로 전달 대비 2.5%, 28.4% 늘었다. 시장 침체시 서울보다 지방이 먼저 타격을 받는 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최저 가점도 올해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첫 서울 분양이자 지난달 청약통장을 쓰는 유일한 단지였던 북서울자이폴라리스의 당첨 가점은 서울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인 60점보다 6점이나 낮은 최저 54점(전용 38㎡B)을 기록했다. 인천 송도에서 공급된 '송도럭스오션SK뷰' 전용 84㎡의 경우 17점에 당첨자가 나왔다.
청약 열기가 한순간 냉랭해진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대출 규제가 꼽힌다. 올해부터 잔금 대출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 소득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된다. 본인의 자금 조달 상황을 감안한 신중한 청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낮춘 단지가 나왔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평균 분양가격이 내린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지난 18일 다시 공고를 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이 사업장의 총 22개 주택형 평균 분양가는 기존 6억7077만원에서 6억5825만원으로 1252만원 낮아졌다.
분양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78㎡는 최대 3550만원 떨어진 반면, 분양가가 8억원대인 전용 59㎡의 가격은 최대 7240만원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공급 물량이 희소한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적다"면서도 "고분양가 논란과 9억원 초과 주택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불확실성에 따른 당첨 후 미계약을 우려해 분양 가격을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DMC SK뷰'(수색9구역 재개발)는 보류지 7가구가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되자 가격을 낮췄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조합원)의 지분 누락·착오 발생,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겨두는 물량이다.
조합은 작년 12월 초 전용 59㎡를 12억7500만원, 전용 84㎡를 15억45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용 59㎡와 84㎡ 가격을 각각 11억5000만원, 13억6000만~14억원으로 공급가를 내렸다.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파격적인 분양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계약금 정액제는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되는 계약금을 1000만원, 2000만원 등으로 낮춰 상대적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적게 한 것이다.
2~3년 전부터 수도권 인기지역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보면 계약금 20% 중도금 50~60% 잔금 20~30%로 책정된 경우가 많았다.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기존 60%에서 40%로 제한된다. 건설사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 대신 초기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금 비중을 늘린 것이다.
보유한 현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의 청약 기회는 사실상 줄어들었다. 계약금은 주택담보대출이 안되기 때문에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작년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2798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전용 84㎡의 계약금을 산정하면 10% 9513만원에서 20% 1억9026만원으로 상향된다. 전용 85㎡ 계약 시 필요한 현금만 2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통상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의 이자를 건설사나 시행사가 대신 부담해주는 방식이다. 완공·입주 직전 잔금을 낼 때까지 계약금 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계약자에게 유리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적거나 없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받는 경기 '평택화양휴먼빌퍼스트시티'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걸었고, 이달 초 경북 포항에서 청약 접수에 나섰던 '포항자이 애서턴'도 같은 혜택을 내세워 29.8대 1의 경쟁률로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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