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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2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서울 송파구 풍납 미성 아파트 전경. <사진=풍납미성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
적정성 검토는 재건축 안전진단 마지막 관문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때문에 그동안 재건축을 희망하는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1차 안전진단까지만 마쳐두고 정책 변화를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강했다. 올해 첫 시도가 나온 만큼 향후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도 안전진단의 최종 관문에 도전하는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풍납 미성 아파트는 이달 국토안전관리원에 2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 18일 송파구청에 사전 협의를 요청하며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53.93점)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이후 약 1년만이다. 풍납미성은 1985년 지어진 275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용적률이 167%여서 재건축 진행 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예비 안전진단과 민간 용역 업체가 진행하는 1차 정밀 안전진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국토안전연구원이 진행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으로 단계가 나뉜다. 2차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업무를 맡기 때문에 정부 정책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구조안정성의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올리면서 이후 2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서울 11개 단지 중 7곳이 안전진단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1차 안전진단까지 마친 단지들이 2차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주저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풍납 미성 아파트가 2차 정밀안전진단 신청에 나선 것은 대선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비업게에서는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규정돼 있고,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도한다면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후보들 역시 안전진단 규제 완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구조안정성 항목의 비중을 줄이고 재건축사업 문턱을 낮추겠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경우 과감하게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생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채갑식 풍납 미성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대선 유력 주자들 모두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다고 판단했다"며 "1985년 준공된 단지로 재건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몇 달이라도 그 과정을 줄이기 위해 2차 정밀안전진단
풍납 미성을 시작으로 올해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2차 정밀안전진단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국토안전연구원에는 복수의 재건축 단지들이 관련 절차를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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