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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 `시스티나의 성모` 중 일부. |
#2. 30대 부부 이대호·최경아 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택자금과 자녀 교육비 마련에 집중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매년 1000만원 정도를 별도로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하려 한다. 이를 위해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활용하면 어떤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있다.
은퇴 이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 연금 계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20·30대 젊은 '연금 개미'들이 늘고 있다. 이들 MZ(밀레니얼+Z)세대는 장기 근속과 퇴직급여 적립을 통해 향후 연금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핵심층으로 꼽힌다.
주요 증권사 IRP 계좌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매일경제가 삼성·NH·한투·KB증권의 20·30대 IRP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642억원 수준이었던 IRP 계좌 보유 금액은 지난해 말 360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30대 IRP 계좌 보유 금액은 2020년 말 기준 644억원에서 지난해 1477억원으로 1년 새 1000억원 가까이 껑충 뛰었다. 20대 역시 2020년 56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의 20·30대 1인당 IRP 계좌 보유 금액은 20대는 439만원, 30대는 868만원이었다.
한 운용 업계 관계자는 "20·30대 사이에서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적립금을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펀드와 ETF로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연금 계좌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해 해외 펀드와 ETF를 담으며 연금 자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선호한 투자 대상은 ETF였다.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가 가능하고 실시간 수익률은 물론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투자 성향이 분명한 이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KB증권의 20·30대 IRP 계좌 ETF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40%에 이르렀다. KB증권 전체 IRP 계좌의 ETF 투자 비중이 평균 1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배나 높은 것이다. NH투자증권 역시 2020년에는 20·30대 IRP 계좌의 ETF 투자 비중이 10% 미만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에는 20%를 넘어섰다. IRP 계좌에 통상 현금을 그대로 예치해두는 비중이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ETF가 MZ세대 연금 개미들의 확실한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이들은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NH·삼성·한투의 20대 IRP 투자자가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였다. 반면 KB증권의 20대 투자자들은 미국 S&P500 지수 추종 ETF를 가장 많이 담았다. 지난해에만 나스닥100 지수는 28% 상승했고, S&P500 지수 역시 29%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달 22일까지 나스닥100 지수는 16% 하락해 향후 다양한 자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또 미국 ETF 등에 30%, 국내 채권에 70% 자산을 배분한 TRF3070 ETF와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 ETF 등도 20·30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꼽혔다.
타깃리스크펀드(TRF)는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나눠 한 번의 투자로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차이나전기차솔랙티브 ETF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1위 업체 CATL 등 중국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전기차 관련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한다.
다만, 지난해 국내 증시가 부침을 겪으면서 IRP 수익률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소폭 떨어졌다. 일례로 4개 증권사 30대 IRP 투자자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6.62%로 2020년(7.59%)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20대 역시 지난해 5.74%의 수익률을 기록해 2020년 6.99%에 비해 1%포인트가량 낮았다.
최형준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운영부장은 "은퇴를 앞두고 퇴직연금에 가입할 경우 손실이 나면 회복하지 못해 은퇴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면서 "하지만 MZ세대는 은퇴까지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손실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작아 위험을 감내하는 적극적 운용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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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더 젊은 고객들의 연금투자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보다 5년 늦은 TDF 2060까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연내 '한국투자TDF알아서2060'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TDF 시리즈 가운데 TDF2055에 올해 초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0·50대를 중심으로 2025, 2030 시리즈에 자금이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MZ세대 연령이 가입하는 2040년 이후 상품으로 신규 유입 자금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연금디지털솔루션본부를 신설하며 연금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젊은 투자자들을 겨냥해 데이터를 토대로 정교하게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서비스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증권 연금S톡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이를 55개 유형으로 세분화한다. 이른바 연금 MBTI다. 이를 토대로 각 유형에 맞는 펀드들과 각각의 비중을 제시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월간 성과 보고서를 보내고, 시장 상황과 고객 생애주기에 맞춰 편드별 추천 편입 비중도 자동으로 조정해 안내한다.
MZ세대 눈높이에 맞춘 연금 투자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달 MZ세대 퇴직연금 가입자를 겨냥한 연금레터 '연금술사'를 발송하고 있다. MZ세대에게 필요한 연금 자산 운용 방법 등을 매주 뉴스레터 형식으로 제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MZ세대 연금 투자자들을 잡기 위한 격전지로 떠올랐다.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