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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삼성생명] |
가족 또는 친구가 보험설계사를 하기 때문에 "도와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보험 가입을 권유받거나 본인이 직접 필요에 의해 보험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10명 중 9명이 보험사에서 파는 질병 등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보험 가입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보험 가입률과는 달리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 상품이 어떤 것인지 알고 가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험에 가입하는 경로가 지인 등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람'을 믿고 '묻지마' 식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가령 여러분이 1억원짜리 벤츠를 구입한다면 시승은 물론이고 유튜브 등을 통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알아볼 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다음으로 자산가치가 큰 것이 자동차라는 점을 기억하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유독 보험 가입에 있어서는 태도가 다릅니다. 실제 1억원짜리 보험을 가입하면서 약관 확인은 커녕 무슨 상품에 가입하는지도 모르고 청약서에 보험설계사가 시키는 대로 서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보험에서 불완전 판매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따져보면 보험설계사만 탓할 일도 아니지요. '묻지마' 식으로 가입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잡아 떼는 보험가입자도 많습니다. '그까짓 보험료'라고 가볍게 여기고 보험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입한 보험이 1억원이 넘는 고가 상품"이라고 넌지시 알려주면 "정말 1억원 짜리냐"라며 깜짝 놀라 반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험은 1억원짜리 상품을 신용카드 할부처럼 장기로 나눠 가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을 월 보험료 30만원, 30년납으로 가입하면 총 보험료는 무려 1억800만원에 달합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벤츠나 BMW 중에서도 고급 등급을 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월 보험료 30만원은 매달 30만원씩 장기 할부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입니다.
보험설계사는 총 납입하는 보험료가 1억8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죠. 어떤 보험설계사는 1억원짜리 보험을 팔면서 "하루 1만원만 절약하면 가입할 수 있다"는 식으로 그럴싸한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보험소비자는 "1만원쯤이야"하며 청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보험사 상술에 낚인 셈이죠. 보험소비자는 본인이 1억원짜리 보험에 직접 가입하고 서명까지 했지만 정작 1억원짜리 보험에 앞으로 보험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때문에 보험에 가입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선 보험 가입 시 내야 할 총 보험료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보험료는 한 번 내고 끝이 아니라 매달 계속 내야하는 만큼 그 총액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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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삼성화재] |
사망을 대비하는 보험 상품으로는 크게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이 있습니다. 이중 정기보험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찬밥신세입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사업비(수수료)가 적어 보험설계사나 보험사가 판매를 기피하고 있어서 입니다. 이왕이면 돈이 되는 상품 위주로 권하는 터에 현장에서는 종신보험 위주로 판매하려 합니다.
이렇다보니 보험소비자는 정기보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정기보험 가입률이 40% 수준으로 알려진데 반해 우리나라는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통계가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정기보험은 일정 기간 안에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받는 보장성 상품입니다. 때문에 정기보험은 보험료가 종신보험 대비 크게 저렴합니다. 종신보험은 명칭 그대로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보장해 주는 만큼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보장을 받는 정기보험 대비 보험료가 비싼 구조입니다. 종신보험은 판매했을 때 사업비가 가장 비싸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에게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처럼 사망을 보장받는 상품이지만 보장기간이 종신보험보다 짧고 만기 생존 시 보험금(환급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합니다. 정기보험 보험료는 종신보험의 약 4분의 1 수준입니다. 단순계산으로 종신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가 30만원이면 정기보험은 월 7만5000원으로 종신보험과 동일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사망보험금을 주면서 종신보험 대비 정기보험의 월 보험료가 최대 90% 이상 저렴한 경우도 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죠?
예컨대 S생명은 40세 기준 정기보험이 종신보험 대비 최대 90% 이상 저렴합니다. 이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남자 40세, 사망보장 1억원, 60세까지 보장 기준 동일한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자사 종신보험(20년납, 평생 보장)보다 91% 보험료가 낮습니다. 해당 조건 기준 종신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는 30만2000원인데 반해 정기보험은 월 2만6000원입니다.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정기보험에 가입하면 월 보험료는 더 내려갑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불경기에도 정기보험은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종신보험은 평생 사망을 보장하지만 보험료가 비싸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어렵게 유지해 사망보험금을 받더라도 물가와 화폐 가치 등을 감안하면 보험금의 실질 가치는 크게 떨어집니다. 중도 해지하면 이미 낸 원금(낸 보험료) 손실도 큽니다.
정기보험은 가장의 예상 은퇴시기(60~70세) 또는 자녀의 대학졸업 등 보장이 꼭 필요한 기간까지 보장받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좋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가장의 수입이 줄거나 단절되기 때문에 가장 유고 시 보장자산(사망보험금)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죠. 가입 시점은 통상 40세 이후가 좋다고 합니다. 가장의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가 가입 시점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가장 사망 시 유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보장금액을 가장의 연소득 대비 3~5배 수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 가구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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