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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빌라 거래도 3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빌라 밀집지역. [매경DB] |
"올해 들어 동네 공인중개사들끼리 만나면 '요새 뭐 먹고 사냐'가 인사말이다. 가게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 여기서 부동산을 17년 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서울 은평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거래량을 유지하던 빌라(다세대·연립) 매매도 올해 들어 얼어붙는 모양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출 규제, 고점 인식 등으로 아파트 수요가 대거 이동해온 빌라 역시 거래절벽을 맞이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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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1~2월은 주택 매매 거래 비수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같은 계절 효과를 감안해도 빌라 거래량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월 빌라 거래량은 5909건이었다. 거래량이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추세적으로 봐도 지난해 1월에는 직전 월인 2020년 12월(5550건)보다 증가하는 모양새였으나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1월 기준 올해 빌라 거래량은 2019년(2491건)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긴 지난 한 해 동안에도 빌라 거래는 줄지 않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4만2043건으로 2020년(8만1087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48.1%)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 매매거래량은 5만9017건에서 5만7406건으로 1611건(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빌라 매매거래량이 아파트보다 많게 나타난 것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매매 수요가 '아파트 대체재'로 인식되는 빌라로 선택지를 바꾼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빌라 거래마저 크게 줄어들며 서울 주택 시장에서의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빌라가 아파트 대체재로 인식돼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을 올해 들어 빌라 거래가 뚝 끊긴 원인으로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작년에 빌라가 많이 거래되면서 가격이 오르다 보니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110.9(기준점인 2019년 1월이 100)에서 올해 1월 119.5까지 상승했다.
권 팀장은 "작년에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벌어진 간격을 빌라가 '갭 메우기' 형태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며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화면서 빌라 시장에서도 신중론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빌라도 가격이 오른만큼 기준금리 인상이나 대출규제의 영향을 더욱 받게 돼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가격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민간재개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빌라 주인들이 너무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부동산에 물건을 내놓고 있어
아파트와 같이 빌라 매매도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진 점도 거래량 급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세금, 대출, 신규공급, 정비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대선 이후 방향성을 지켜본 뒤 의사결정을 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