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충격(어닝쇼크)에 이어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전망치까지 줄줄이 낮추면서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 내린 49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씨소프트가 종가 기준 4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9년 12월 3일(48만5000원) 이후 약 2년2개월 만이다.
자동차 부품사 만도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 9~10일 이틀간 증권사 13곳이 만도의 이익 추청치를 낮췄다.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2% 하향한 현대차증권은 만도가 높아진 비용 구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가이던스(목표)를 제시했다고 짚었다. 롯데케미칼도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 13곳이 이익 전망을 낮춰 잡았다. 11곳은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했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지난해 내놓은 실적 전망을 올 들어 재조정하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성장이 갈수록 희소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날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5일까지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한 보고서는 1296개로 상향 보고서(842개) 대비 54% 많았다. 추정치를 유지한 보고서가 184개였음을 감안하면 올 들어 발간된 증권사 보고서 중 절반이 넘는 보고서가 기업 이익 전망치를 낮춘 셈이다. 이는 지난해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해 초 증권사들은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인 보고서(1409개)를 낮춘 보고서(986개)보다 40%가량 많이 발간했다. 월별로 살펴봐도 11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 실적 추정치 상향 보고서 개수가 하향 보고서보다 많았다.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를 재조정하는 건 공급망 차질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예측하기 어려운 악재가 잇달아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가시성이 높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그러한 불확실성이 전망치에 반영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올해 실적 컨센서스(예상치)의 뒤늦은 재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 전망이 일부 빗나갔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기에는 가변적인 비용 처리들이 많다"고 밝혔다.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6월을 고점으로 하강을 시작하는 등 매크로(거시경제)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한국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산업이 많은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기업들의 이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달라진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추정치를 제시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익 성장이 이뤄지는 기업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진우 팀장은 "작년과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성장이 희소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라며 "달라진 조건 속에서도 성장이 진행되는 기업은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